세상보기

싸움 구경이 싫다

사회선생 2013. 10. 8. 15:16

 

 난 초등학교 다니기 전 동네 골목에서 나보다 작은 아이들에게도 맞고 다녔다고 한다. 보다 못한 어머니와 아버지, “아니, 너보다 훨씬 작은 애잖아. 그냥 확 밀어버리지, 때린다고 맞고 있으면 어떡해?” 그럼 내가 훌쩍거리며 대답했단다. “내가 밀면 뒤로 넘어질 지 모르잖아. 그래서 머리 깨지면 피 나잖아. 그러면 어떡해. 앙~”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늘 때릴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대면서 동네 꼬마들에게 맞고 다녔던 내 이야기는 지금 노부모님에게 추억(?)이 되어 있다.

 나는 지금도 싸움이 싫다. 내가 싸우는 것도 싫고, 남의 싸움 구경도 싫고, 심지어 동물 싸움조차 보기 힘들다. 혹자들은 싸움 구경처럼 재밌는게 없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예의바른 논쟁까지만-!’ 재밌다. 싸움에서 언어 폭력이 시작되면 꼭 내가 당하는 것처럼 불쾌해지고, 물리적 폭력이 시작되면 보는 것조차 공포스럽다. 그래서 한 동안 그렇게 인기있었다던 ‘나는 꼼수다’ 류 조차도 내게는 참기 힘들었다.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자체가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인간의 싸움은 늘 본질에서 벗어난다. 이해 관계의 충돌에서 시작된 싸움은 꼭 '너 나이 몇 살이야?' 로 방향이 틀어진 후, '이게 어디서 막말이야?' 로 싸움의 주제가 변질되며 싸움와 동기와 아무 관련이 없었던 사안을 들먹거리며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약점을 들추는 야비함으로까지 이어진다. 인간들의 많은 싸움을 보아 왔지만, 인격과 품위 유지하면서 싸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막장 수준이 된다. 어떤 전쟁에도 휴머니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떤 싸움에도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어른이 되고 나니 물리적 싸움을 목격할 일은 적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종격투기같은 것을 스포츠라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종격투기는 말할 것도 없고, 투견, 투계, 소싸움을 시켜 놓고 구경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고통 받는 존재가 반드시 존재하며, 약육강식의 비정함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폭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인간도 동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폭력성을 대리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인간, 혹은 다른 종이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것은 어디에 근거를 둔 가치인지 모르겠다.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맞는 대신 돈을 버니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길-! 인간도 맞고 때리는 것보다 훨씬 고상한(?)  일로 돈 벌고 싶어한다고 확신한다. 동물 역시 이유없이 싸우면서 즐거워할 리는 없다. 더군다나 동물에게는 돈도 필요없지 않은가? )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는 두렵다. 권력과 결합된 폭력도, 돈과 결합된 폭력도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말이지 평화롭게 살고 싶다. 싸움 구경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어떤 종류의 싸움도... 문득 진정 교육으로는 폭력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