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보면 불편한 것 중 하나. 존대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정말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연예인들이야 언어의 표준이 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니 그렇다쳐도 전문 방송인들 - 아나운서나 기자 등 - 조차 표준어는 둘째치고, 존대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극존칭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문화가 생긴 것 같다. 기업의 마케팅 차원으로 특히 서비스업에서 판매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극존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홈쇼핑 방송 10분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후라이팬을 팔면서 '눌어붙지 않으신다고' 후라이팬에게도 존대를 한다.) 그런데 그와 같은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며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존대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막 사용한다.
막 사용하는 존대는 아니 사용한 만 못하다. 시청자를 대상으로 보도를 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중국에서 ㅇㅇ기업을 방문했습니다' 가 맞는 것이지, '박근혜 대통령님은 ~ 방문하셨습니다' 가 아니다. 같은 원리로 '노무현 전대통령님은 NLL 포기 발언을 하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가 아니다. '전두환 전대통령님께서는 밀린 채납액을 납부하겠다고 밝히셨습니다'라고 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방송에서 존대의 사용은 객체가 어떤 인물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인물의 어떤 행동인가를 염두에 두고 가치 판단을 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긴 방송에서도 이럴진대, 일상 생활에서는 오죽할까? 가끔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살 때 개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같아 피식 웃게 된다. '5000원이십니다'도 웃기고, '커피가 뜨거우십니다'도 웃기고, '커피와 설탕은 저기에 있으십니다'도 웃긴다. 물건들이 소비자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가 되는 순간이다. 아, 정말 물질이 인간보다 존중받아야 할 사회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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