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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치킨집이 폐업한 사연

사회선생 2013. 9. 11. 00:29

 

 오래 전 동네 골목에는 정겨운 가게들이 많았다. 조미료로 맛을 낸 ‘영이네 떡볶이집 ’ 후추 맛이 강한 냉면과 떡볶이 맛이 지금도 아련한 ‘금잔디 분식’ 친구네집이라 종종 들렸던 ‘미소의 집 햄버거’ 가게를 통과해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탓에 늘 인사를 하고 들어가야했던 ‘장씨네 철물점’ 우리 반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남자 아이네 집에서 하던 ‘돼지 연쇄점’ 딸 부잣집의 가장인 짜리몽땅 스타일의 아저씨가 했던 ‘고바우 쌀집’ 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덩어리 식빵을 살 수 있었던 ‘몽블랑 빵집’ 등. 동네 골목길에 있었던 가게들은 우리네 친구집이며,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쉼터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슈퍼마켓도 SSM(기업형슈퍼마켓), 햄버거집도 다국적 기업, 빵집도 대기업 계열사, 떡볶이집 하나도 프랜차이즈다. 빵집이나 떡볶이 장사까지 기업이 끼어들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씁쓸하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아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 마케팅이 영업의 절반이라고 하는 요즈음의 경쟁 시장에서 그들은 항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쾌적한 곳에서 저가의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고, 깔끔하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표준화된(?) 맛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이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익도 아닌 것 같다. 대규모 슈퍼에서는 충동구매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된다. 또 싸게 사는 것 같지만 면밀히 조사해 보면 그다지 싼 것도 아니다. 1+1도 용량이 적은 것을 두 개 붙여서 한 개 반 가격으로 팔며 생색내는 마케팅에 속는 경우가 많고, 절반가라고 하는 것도 유통 기한을 얼마 남겨 놓지 못한 미끼 상품인 경우가 많으며, 대용량을 사는 것이 이익인 것 같지만 맞벌이 부부에 핵가족인 가정에서 결국 버리는 것이 많아진다.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 시장경제의 자유 경쟁 원리에 어긋난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주장대로 소비자는 편리하고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소비자나 생산자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골목 상권인 소규모 편의점, 떡볶이나 빵집까지 대기업이나 거대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손도 안 대고 코 풀려는 그들의 횡포인 것 같다. 법은 언제나 갑인 그들에게 관대하다. 그 많은 자본으로 동네 골목에서 근근이 운영하는 점포를 점령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술과 자본으로 할 수 있는 - 영세자영업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길을 가야 한다.

 IMF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던 치킨집.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치킨집이 가장 많다던데 대한민국 국민이 치킨을 유별나게 좋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 망한 가게들까지 구제해 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갑질’ 때문에 망한 가게는 없도록 해 주는 것이 경제 정의 아닌가? 귀가길에 보니 오늘도 동네의 치킨가게 하나가 문을 닫았다. 부디 갑의 횡포때문은 아니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