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으로 이석기의 내란음모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한 말과 행동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범죄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범죄 집단인 안기부에서 물타기를 위한 표적 수사를 해서 잡았든, 매수한 프락치를 심어놓고 잡았든, 불법 녹음과 녹화를 해서 잡았든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석기 개인의 사생활도 아니고, 국회의원의 정치 행위라는 공적 영역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고 해도 이석기의 언행과 통진당의 문제 해결 방식은 용납하기 힘들다.
이석기의 말대로 21세기이다. 그런데 이석기와 통진당만 민주화된 인식으로 21세기에 살고 있고, 다른 사람과 집단은 전근대적인 식민 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증거도 없이 그저 이석기와 통진당을 잡기 위해 사건을 조작, 왜곡하는 것이 과거 인혁당 사건처럼 쉬운 시대가 아니다. 간혹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화법이 거슬릴 때가 있는데, 다수 국민을 자신들이 '가르치고 깨우쳐서 해방시켜야 할 바보같은 존재'로 보면서 가르치려고 들 때이다. 이석기와 통진당의 행태가 지금 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쩌랴? 녹취록을 보면 국민들이 그들을 가르쳐야 할 것 같은데... '전쟁놀이 하지 말고 사이 좋게, 고운말 쓰면서 놀라'고... 아이들이 전쟁놀이 모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야말로 전근대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동조하며 '구체적인 파괴 작전'을 모의하는 광신적 분위기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교회를 빌려서 했나? 하긴 비합리적인 정치는 광신적 종교 행태와 유사한 면이 있지... 내용이 너무 황당하다 못해 웃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등골이 서늘하고 심히 불쾌하다. 꽤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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