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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는 있는데 왜 골드미스터는 없을까?

사회선생 2013. 9. 5. 23:00

 수업 시간 중 한 학생이 자신은 대학 못 가면 평생 혼자 살거라고 선언을 한다. 대학도 못 나왔는데 누가 자기와 결혼하겠냐며 차라리 혼자 살겠단다. 다들 한바탕 웃었다. 그랬더니 한 녀석이 말한다. "야, 혼자 살려면 대학 나와야 돼. 골드미스 있잖아, 골드미스."  이에 혼자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이 되묻는다. "맞어, 골드미스는 학력도 높은데 왜 결혼을 못하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다가 나를 쳐다본다. 수업 주제가 되는 순간이다. 나는 내 맘대로 분석, 설명해 준다.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의존해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남성이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우위에 있는 결혼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경제력도, 학벌도, 사회적 지위도, 체격도 남성이 절대 우위여야 이상적인 결합으로 보았다. 때문에 대졸 남성과 고졸 여성의 결합이 이상적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양상이 조금 복잡해졌다.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아노미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지향하면서도 불평등한 조건의 배우자를 찾고, 남성들은 남녀평등이 불편하지만 자신과 대등하거나 나은 배우자를 찾는다. 즉, 여성은 자기보다 모든 조건이 우위에 있는 남성을 만나 공주처럼 살고 싶어하고, 남성은 자기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조건의 여자를 만나 왕자처럼 살고 싶어한다. 후자는 여전히 실현 가능하다. 남성이 절대우위의 조건만 가지고 있으면 자신을 왕자처럼 떠받들어주며 살 여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는 좀 어렵다. '괜찮은 여성'들이 선택한 '절대우위를 가진 남성'들 입장에서는 ‘왕자’로 떠받들어 주겠다고 줄을 선 평범한 여성들이 즐비한데, 굳이 애써 '대접해야 할 공주'를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드물게 이와 같은 통념에서 벗어나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합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여성과 남성이 조건을 하나씩 포기한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절대우위를 포기했고, 남성은 여성의 나이를 포기했다. (마초 문화에서 여성의 나이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목격하는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의 경우 여성이 나이만 빼고 - 여성에게는 나이가 조건 중 하나가 되는 것이 불평등한 현실이므로 - 남성에게 밀리는 조건이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연하남과 결혼한 여성을 능력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남성중심적 가치를 반영한 말이다. 여자는 많은 것을 포기했고, 남자는 고작 나이 하나 포기했을 뿐인데... 남자가 손해라니 이런 계산이 어디 있는가?  

 지금은 결혼이라는 제도문화와 이를 운영해 왔던 가치관이 변화되고 있는 과도기이다. 혼재되어 있는 가치관이 완전한 평등주의로 변화되면 결혼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혼인의 안정성은 깨지겠지만, ‘골드미스’는 사라지게 될 거고 남녀의 나이는 중시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성별과 상관없이 싱글들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문득 아주 오래 전에 어느 선배 언니가 한 말이 생각난다. “마님처럼 살고 싶으면 마당쇠와 결혼하고,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다면 시녀같은 삶을 감수해라. 네가 공주가 아니라면... 이 세상에 마당쇠같은 왕자님은 절대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