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도를 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예체능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다.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예체능계 대학 진학 희망자를 보면 부족한 성적을 실기로 상쇄하여 좋은 대학에 지망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처음부터 예술이나 체육에 재능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성적이 안 되니 실기로라도 대학에 가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기 위주의 대학 입시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철저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예체능은 돈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실기는 사설 학원이나 개인 레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예체능계 학생들은 학교 공부보다 실기 학원에 의존하게 되며, 비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대학의 입장에서도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하기 힘들다. 창의성은 실기 기술이 아니라 고등 사고력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기술자는 많은데 예술가가 없다고 어느 미대 교수가 한탄했다는데 동의한다. 미술 학원에서는 대학 전형별로 맞춤형 입시 미술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 학생이 불합격하면 말한다. “너는 실기는 괜찮은데 수능을 못 봐서 떨어진거야.”
음대의 기악은 좀 성격이 다르겠지만, 미대나 체대는 학교 교육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음악 신동은 있어도 미술 신동은 예술의 특성상 없지 않은가? 모사를 예술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어떤 입시든 고등학교의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 정상화, 대학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학생 선발을 고려해야 한다. 체육이나 미술 성적을 내신으로 대체하며 그야말로 입학사정관으로 - 고등학교 시절 입시 학원에 다닐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 선발해야 하는 분야가 예술 분야라고 생각되는데, 왜 사람들은 별로 문제 의식을 갖지 않을까?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예체능을 둘러싼 학원 시장이나 레슨 시장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이 필요한 분야는 예술인것 같은데 정작 예체능계에서는 전국대회 입상이나 국가대표 수준이 아니면 입학사정관으로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오히려 수능 이후에 더욱 집중적으로 학원에 의존해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입시 제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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