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좋으면 그대로 두고, 아님 말고!

사회선생 2013. 8. 27. 07:30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 실험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네 교육 정책은 ‘좋으면 그대로 두고 아님 말고’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선택형 수능’이 그렇고 ‘집중이수제’가 그렇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학습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황당한’ 예측을 하며 수능을 쉬운 A형이나 어려운 B형으로 선택해서 보라고 하더니 결국 교육부 장관이 "수준별 수능은 사실 처음 발표될 때부터 여러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또 모의고사 시행 과정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고교나 대학 입장에서는 시행 상의 어려움이 많다. 원래 취지는 좋은 뜻이긴 하지만 계속 수준별 수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수험생,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관련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제도였던 탓이다. 부작용으로 원성만 높았고, 입시에 혼란만 가중되자 결국 폐지를 발표한 것이다. ‘집중이수제’는 또 어떤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집중이수제가 더 효율적으로 학습을 시키며 동시에 학습 부담을 경감시켜주어야 하는데, 실제로 학생과 교사는 1년 동안 배워야 할 것을 한 학기에 배워야 하기 때문에 헉헉거리고 내신 등급의 공정성도 훼손되고 있다. 집중이수제 때문에 한 학년이라도 동일한 시험으로 등급을 변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2학기 중간고사가 1학기 중간고사보다 쉬워서 우리반같은 앞반은 불리해요.” 이와 같은 말을 일선 학교 교사들은 들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개별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아직도 실험(?)을 앞두고 있는 정책이 있다. ‘성취평가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될 '절대평가제’이다. 교육의 목적이나 취지를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절대평가’가 옳다.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미비한 정도를 통해 학생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현실과 제도의 실효성을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의 절대평가제는 상대평가제만 못하다. 정확히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파악했다고 치자. 그 이후의 후속 조치가 없는데, 정확히 파악하면 무엇하나? 대학도 가기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유급을 시킬 것도 아니고, 강제로 방과 후 수업을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들의 아우성 속에서 성적 부풀리기 부작용만 낳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부작용을 체험해야 失政을 파악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의 속성인가? 아니면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를 인식하지 못하는가? 바보만이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한다고 했다. 제발 정책을 세울 때에는 과거의 경험만이라도 떠올려주길! 정책입안자들의 업적 세우기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