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얘들아, 정말 걔가 무례한거 맞지?

사회선생 2013. 8. 21. 17:39

 

 교사도 하나의 직업일 뿐 특별히 더 대접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君師父一體 같은 말은 오늘날과 같은 평등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다. 물론 교사로서의 '권위'는 필요하다. 그런데 권위는 직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 교사들에게 성직자와 같은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좀 불편하다. 차라리 전문가다운 능력을 강요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권위적인 사람인가 종종 생각하게 해 주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작년 이맘 때 쯤 일이다. 교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근처에 앉은 젊은 남자 교사에게 한 학생이 다가가더니 어깨를 잡고 흔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또한 가관이었다. “나, 떡 좋아하는데... ” 교사의 책상 위에 놓인 떡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교사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하는 말이었다.

 순간 나는 개입해야 할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면서 계속 관찰했다. 그 인기 많은 젊은 남자 교사는 떡을 학생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떡을 받아 입에 물더니 선생님이 읽는 책을 뒤적이며 말한다. “(쩝쩝) 지금 뭐 하세요? (쩝쩝)”

 정말 떡으로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으며 그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고 혼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 상황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 ‘자기에게 내가 떡 달랬나? 준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왜 지가 난리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원한을 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이 원한을 품으면 많이 피곤해진다.)

 내가 그 학생 반의 수업을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학생에게는 낯선 여자에 불과할텐데 무슨 말빨이 먹히겠나 싶어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당화했다. 반성을 할 정도의 인격을 가진 아이라면 애시당초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없을 거라고...내가 개입해 봐야 어차피 교육의 효과는 없었을 거라고...

 수업 시간에 들어가서 내가 목격한 이야기를 해 주며 그 태도가 정상인지 물어봤다. 아이들은 다행히 그 학생이 ‘매우 무례한 아이’ 라며 결론을 내려준다. 아직 몇 년은 교사를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너희들이라 다행이다. 알지? 내 앞에서 그 따위로 행동했으면 떡으로 떡되게 맞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어쩌니? 나야 아직 괜찮지만, 너희가 교사가 될 때 쯤이면 너희가 학생에게 훈계했다가 떡으로 맞을 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