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고등학생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불감증때문에 발생한 단순 사고로 넘기기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많다. 책임자 처벌로 끝나고 말 일일까?
언제부터인가 방학 때만 되면 학생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하기 위해 각종 캠프를 찾아다닌다. 온갖 사설 업체들이 자격과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영리를 목적으로 캠프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생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기꺼이(?) 참여한다.
사설 캠프 참여를 이유로 학교 수업에 빠지기도 한다. 요즈음은 현장 체험 학습 신청을 하면 인정 결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출결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사설 캠프든 가족 여행이든 할 수 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입시를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꼭 가겠다고 하면 이를 말리기 어렵다. (입시에는 약해지는 것이 고등학교의 처지 아닌가?)
학생들이 교실을 벗어나 학교에서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그들의 관심과 희망 등에 따라 자연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와 같은 현장 체험 학습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장 체험 학습을 운영하는 사설 기관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만한 자격이나 시설 등을 갖춘 곳인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고등학생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제출할 서류를 위해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하려면 차별화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주로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체험 학습 등이 그들의 특별한 경험이 된다.
동아리 활동은 주로 학교 내에서 교사의 지도 아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봉사 활동은 간혹 부작용이 있기도 하지만 - 부모의 영향력이 편하고 좋은 봉사 활동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 강제로라도 봉사 활동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체험학습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많게는 수 십 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자격과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설 업체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체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여러 가지 교육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전하게 검증된 곳에서 누구나 원하는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입시에서 활용해서는 안 된다.
한 때 수 백 만원의 비용을 들여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와서 봉사 활동했다고 시수를 채운 학생들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 결국 대학 측에서 해외 봉사 활동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체험 학습 역시 입시에 반영하고 싶다면, 정부에서 체험 학습 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며 누구나 원하는 학생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아마 이런 내용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하여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과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학습하였으며,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입시가 아닌 관심과 흥미에 따라 체험 학습을 한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체험학습도 입시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 입학사정관제. 방향이 옳다고 해도 현실적인 부작용이 많다면 이는 제고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칙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0) | 2013.07.30 |
---|---|
담임, 그 업무의 과중함에 대하여 (0) | 2013.07.25 |
국제 분쟁을 국사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0) | 2013.07.17 |
생활기록부 이대로 좋은가? (0) | 2013.07.16 |
개별 교사도 징계권이 필요하다 (0)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