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생활기록부 이대로 좋은가?

사회선생 2013. 7. 16. 20:31

 

 생활기록부는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파악하게 해 주는 총체적인 기록이다. 그런데 과연 생기부가 학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신뢰할 만한 자료인지,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생기부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교육은 입시에 흔들린다. 생기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중요한 전형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모든 학교에서는 생기부를 ‘입학 사정관들이 보시기에 아름답게 꾸며 주는’ 작업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의 과장과 왜곡이라는 문제를 낳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입학사정관 제도를 운영하고 싶다면 생활기록부는 양적 자료로만 활용하고, 질적 자료는 응시생에게 만들어 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대학은 늘 날로 먹으려 하는가? )

 첫째, 생기부는 학생의 행위 중심으로 기록해야 한다. 특히 자율 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에서는 학생이 어떤 활동, 행사에 참여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만 기록하면 된다. 이를 통해 나타난 학생의 내적 변화까지 교사가 판단하고 평가, 서술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함’이라고 기록해 줄 수는 있지만,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스승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스승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써 주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술 행태가 최근의 생기부 기재 경향(?)이다. 교사가 이와 같은 학생의 내적 변화를 미루어 짐작해서 써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떤 사람은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학생과 깊은 면담을 자주 하여 심리적 변화를 충분히 파악한 후 혹은 변화시킨 후에 써 주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현실감 없는 관리자나 학자일 가능성이 높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업 시수와 업무 경감 해 주고, 학생과의 면담 시간을 법적으로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아주 이상적으로(?) 확보해 주고, 담임 할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해 주면. 그럼 우리반 학생이 아침에 누구와 무엇을 먹고 몇 번 버스를 타고 등교했는지까지 매일 면담해서 파악하고 기록할 수 있다.

 둘째, 생기부는 교사가 ‘정확하게’ 학생의 장단점을 기록해야 한다. 특히 행동 특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기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이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생기부인데 어떻게 나쁜 이야기를 써 주냐, 입사정에서 불이익이라도 받게 되면 어떻게 하냐는 등의 이유로 생기부에 학생의 단점을 솔직하게 서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질적으로 교사의 재량권이 없으니 ‘성실하다, 온순하다, 착하다’ 수준에서 ‘미화’할 수밖에 없는 ‘진정성 없는 기술’이 대부분이다. 교칙을 빈번하게 위반하고 산만한 아이는 주관이 뚜렷하고 명랑한 아이로 둔갑하고, 늘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으로 왜곡된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곧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교사는 한 학생 당 십 여 페이지가 넘는 생기부를 ‘꾸며줘야’ 하고, 가능한 한 내용을 많이 써 주라는 학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간혹 개인적으로 와서 자신은 간호학과를 지원할 예정이니 배려심이 많고, 희생 정신이 강하다는 얘기는 꼭 써 달라고 ‘주문’을 하는 학생도 있다. 

 대학에서 쿨하게 요구하면 안 될까? 그냥 ‘팩트만 간단히 적어 달라. 학생들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써 달라’고. 그러면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더 괜찮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텐데... 대학에서 먼저 그렇게 요구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일선 고교의 생기부 꾸미기 작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