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적절한 통제와 자유가 조화를 이루어 주어져야 하고, 때문에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교사의 권위는 필요하다. 교사의 권위 중 가장 저급한 유형이 물리적 힘을 이용한 권위인데, 그것은 이미 체벌 금지를 통해 어느 정도 막고 있으니 논할 필요 없을 것 같고, 권위를 살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을 논해야 할 것 같다. 그건 교사의 징계권이다.
교실에서 학교의 벌점 규정을 본 적이 있다.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행 등 불손하게 굴었을 경우'에 '벌점 10점'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벌점 15점인가 20점이 되어야 교내 봉사 등 학교 차원의 징계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내가 수업하다가 자는 녀석을 깨웠더니 얘가 막 쌍욕하면서 덤벼. 그러면 내가 넌 벌점 10점! 하고 계속 수업해야 되니? 학생들이 웃는다.
나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답이 없다. 교실에서 쫓아내면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할거고, 욕을 하면 언어폭력이라고 할 거고, 때리면 폭행이라고 할 거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신고하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을거다.
대부분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학교 차원에서 전학을 강요하지만 당사자가 못 가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퇴학을 시킬만한 사건도 아니기 때문에 퇴학을 시킬 수도 없다. 현재 퇴학을 시킬만한 사건은 감옥에 들어가는 범죄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이 조차도 대부분 자퇴를 하고 가지, 퇴학을 당하지는 않는다.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보되지만 사립은 그냥 같은 학교에서 같이 얼굴 보며 수업해야 한다. 과연 학생이나 교사가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현행범'에게 당한 교사조차 징계권이 없다. 등교 정지나 교실 입실 금지와 같은 중징계를 개별 교사 차원에서도 내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징계권 남발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억울하게 징계 당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소청 심사권을 주고, 학교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해 주면 된다. 퇴학 제도 역시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차원에서 - 개별 교사 차원이 아니라 -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행사하는 징계권을 생각해 본다. 교실에서 수업 중 조는 학생들 뒤에 나가서 서 있게 하기, 지각한 학생들 교실 청소하게 하기,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벌점 주기. 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들 역시 징계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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