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고등학교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특목고나 인문고나 모두 대학 진학, 엄밀히 말하면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특목고도 목적에 충실하지 않고, 입시에 충실한 기현상이 나타난다. 특수 목적고등학교는 고등학교의 다원화 차원으로 만든 것인데 과연 목적에 충실한가? 오히려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교묘하게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첫째, 특목고는 특목고답게 운영하도록 정부에서 규제하면 된다. 외국어 고등학교면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치중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외고에서 이과 계열을 만들어서 의대, 공대 가게 하면 안 된다. 과학고등학교면 - 심지어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는 곳인데 - 순수 자연 과학 인재를 양성하여 일정 기간 사회에 공헌하도록 하면 된다. 의대를 가기 위한 디딤돌로 과학고등학교를 진학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럴 계획이 있다면 처음부터 진학을 말아야 하고, 1학년 때 전학을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특목고가 서열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업학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곳에 취업시켜 자리 잡게 하고, 그 이후 필요에 의해 대학에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 전문 기능인을 만들고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취업을 시켜줘야지 소수 몇몇 학생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인터넷고, 비지니스고, 미디어고, 조리과학고, 디자인고 모두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대학은 진정 그들이 더 깊이 있는 학문을 배우고 싶을 때 스스로 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나치게 양산되고 있는 인문고를 축소해야 한다. 인문고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와야 한다. 그러면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해야지, 지금처럼 특목고 떨어진 99%부터 내신 받기 위해 온 1%의 학생들이 모여 있어서는 안 된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는 지금처럼 인문고가 지속되는 한 해결되기 힘들다. 적어도 중학교에서 일정 점수 이상 얻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 진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인문고가 무늬만 인문고인 한 많은 학생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들러리가 되며, 교사들은 무력감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학생이 공부하지 않고, 누구나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학교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관하지 않다.
셋째, 다양한 특성화고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 후, 인문계의 심화 선택 과목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는 장을 학교에서 열어주어야 한다. 요리, 디자인, 연예, 보건, 인터넷 등 얼마든지 세울 수 있지 않은가? 지금 학생들이 학교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학교는 충족시켜 주기 힘들다. 명문 특목고가 대학 많이 가는 학교가 아니라 바로 독립하고 인재가 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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