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겠다는데 그걸 말릴 명분은 없다. 교육을 받을 자유와 재산권 행사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사교육 받는 것을 공공복리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1980년대에는 사교육을 제한하는 학원금지법이 실현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 때를 독재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이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그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결정된다고 믿는 한 - 경험적으로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 부모는 자신의 등골을 빼서라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적어도 부모세대보다는 계층적 지위가 상승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사교육 경쟁에서도 부와 학식을 가진 계층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해야 할까? 경쟁의 룰을 바꾸고, 결과를 전환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은 적어도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지금처럼 논술, 입사정, 내신, 수능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한,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수능 A형, B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능을 대학 입학 자격 시험제도로 바꾸고, 전 과목을 치루도록 해야 하며, 이 시험에 통과한 후에는 각 학교와 단과대 혹은 학과별로 특성에 맞는 심화 선택 과목-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편재되어 있는 과목이어야 한다- 을 중심으로 본고사를 치루도록 한다면 공교육도 정상화시키며, 사교육 시장의 축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정도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고졸자의 취업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당장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채용 등에서 고졸 할당제를 시행하면 어떨까? 고졸자에게 많은 채용 기회와 높은 임금이 보장된다면 단언컨대 대학입시는 지금처럼 치열해지지 않으며, 사교육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쇠퇴한다. 정부의 대학 양산 정책과 대학 및 사교육 업체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학력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노동 시장을 보면 과거 고졸자들이 하던 일들마저 모두 대졸자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의 일이 정말 대학 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인가? 아닌 일들조차 대졸자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고졸자를 선발하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면 고졸자에게 영어 인증 점수를 요구하고, 생기부를 요구하라. 좋은 대학 나와서 불성실한 학생보다 고졸이어도 학교 생활 성실하게 한 학생이 직장 생활에서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논하면서 늘 사교육을 대체할 꺼리들을 찾으려는 모습을 본다. 안타깝다. 사교육이 왜 유지, 팽창되고 있는지 원인에 초점을 맞춰 분석해야 한다.
누군가 말할 지도 모른다. 고졸자도 높은 임금 받는 사회가 되면 누가 대학 가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그래도 대학 나와서 사회의 엘리트가 되고자 하는 야망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학문에 대한 경쟁은 그들에게 맡기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일찌감치 실속있게(?) 돈이나 벌며 자기 직업을 가지고 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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