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시대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제 우리는 우주라는 무대 속에서 세계인으로 살아가야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나와 가족, 민족과 국가라는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인간이라는 종과 동물, 식물에 이르기까지 상호 그물처럼 연결된 세상의 원리를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 교육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의무교육이나 다름없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여전히 인문계와 자연계로 구분하여 학생들에게 학문을 편식시키고 있다.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과학 학습을 차단하고 있고,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사회 학습을 차단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이 모든 것을 잘 할 필요도 없고, 잘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연계와 인문계를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인간의 창의력 발달을 저해하며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협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발달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접하며 사는 세상은 자연현상이나 사회문화현상이 교묘하게 어울리며 상호 작용한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해하고 터득하는데 과연 자연계와 인문계로 구분하여 가르치는 것이 타당한가?
자연계 학생들의 지식은 인문학적 지식이 토대가 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인문학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과학기술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없는 사람이 의사가 된다면? 동물의 생명과 관련한 철학이나 인식없는 사람이 수의사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적 지식은 자연과학적 연구와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가 토대가 되어야 발달할 수 있다. 예술과 자연과학이 과연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없이 문화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문계 자연계의 장벽은 학생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 수 있으며, 인간의 창의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고등학교에서는 이 두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기술 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기반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을 그냥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학문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고, 정부는 관료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이제 진지하게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문이과 통합을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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