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보면 후진국 선수들이 그나마 메달을 따는 종목이 육상이다. 아무 장비도, 특별한 시설도 필요치 않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 '비교적' 가능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갖추어야 할 것이 많을수록 돈이 많이 들고, 돈이 많이 들수록 메달 접근은 처음부터 멀어진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룰이 단순해야 하고, 그 룰은 학교 교육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학교 수업 열심히 받고, 성실하게 생활 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는 이와 같은 초점에서 조금 어긋난다. 학부모도 괴롭고, 학생도 힘들고, 교사 역시 벅차다. 대학은 좋을 것이다. 취향대로 선발할 수 있을 뿐더러 전형료라는 경제적 이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가 이렇게 힘들어 한다면 이것은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교마다 명칭도 다르고 전형 방법도 다르고 요구하는 자료도 다르다. 입시 전문가인 교사들조차 해마다 그 전형 방법을 찾아 지도하려면 말이 지도이지, 이미 입시 정보를 중학교 때 혹은 1학년 때부터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준비된 학생들을 찾아 추천서 써 주고 지원시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떤 학생들이 이에 맞추어 준비되어 있을까? 생계 문제 해결에 시달리며 학교에만 학생들을 맡겨 놓는 평범한 서민의 자녀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현재의 학교 교육 정상화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
이에 큰 틀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제시하자면, 첫째, 수시와 정시 제도를 유지하되, 수시에서는 온전히 내신 성적으로만 선발하고,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교에서는 학교마다 수준 차이가 있는 내신을 신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논술 대신, 특정 과목에 대한 가중치를 주거나 대학에서 개발한 특정 과목 시험을 치르도록 하면 어떨까? 과거의 본고사처럼 영어든 수학이든 사회든 과학이든 그 학과나 계열에서 특별히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의 문항을 개발해 시험을 보는 것이다. 지금 수시 때문에 논술 학원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라. 그들이 영어 수학 학원은 안 다니고 논술 학원만 다니고 있을까? 사교육이 더 활성화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오히려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막으며 학교 교육으로 대학 입시 준비를 해 줄 수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예비시험으로 두고, 지원 자격 여부를 결정하고, 수능 시험을 통해 각 대학이 필요한 과목과 점수를 전형에서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도 국민공통교육과정 이수 후에는 철저하게 과목 선택제도 운영해서,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필요한 과목만을 선택해서 공부하도록 할 수 있다. 현재의 고등학교 수업은 이미 황폐화되어 인문계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당연히 수업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진다. 수학 시간에 40명의 학생들 중 수학을 선택한 학생들 5명만 데리고 수업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이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의 현실이다. 수학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1학년 때까지는 반드시 배워야 할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충분히 이수하도록 한 후 이를 평가하고, 그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하면 수준별 학습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학교 수업 정상화와 더불어 대학의 요구도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입시 제도는 학교 교육 정상화와 학생들의 학력 신장, 사교육 의존도 약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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