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집중이수제와 거점학교, 그리고 예산

사회선생 2013. 8. 28. 08:20

 

오늘 학교에서 받은 쪽지이다. ‘선생님들께 급히 공지합니다. 2013 교육과정 거점학교 학생을 모집합니다. 신도고(체육) 목, 금 전일 수업, 영신여고(노원구 중계본동) 월요일 전일 시행합니다. 단, 신청학생들은 학교 오는 날 방과후나 토요일날 수업결손 보충해야 합니다. 오늘 중 신청해 주세요.’

 

 집중이수제가 연쇄적으로 낳은 부작용 중 하나가 거점학교이다. 집중이수제 때문에 해당학교에서 특정 과목의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혹은 특정 교과목의 수업을 더 듣고 싶은 학생의 경우 자신의 학교에서 소화하지 못하면, 주변의 거점 학교를 찾아가서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다. 단언컨대 거점학교에 가서 수업 받을 학생은 거의 없다. 심지어 전학을 와서 체육 수업을 전 학교에서 받지 못해 꼭 받아야만 하는 학생조차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낯선 공간에 가서 모르는 선생님에게 수업 받으려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집중이수제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대책이었지만, 부작용만 가중시키고 있다. 의도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수요 충족이 아니라 재단의 예산 확보만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많다. 거점학교가 되어 예산은 책정받고 학생들은 안 오고... 학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이익인가? 게다가 우리네 고등학교는 공립보다 ‘가난한 사립’이 훨씬 많지 않은가? 거점학교는 집중이수제와 함께 재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