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학업과 인성 간의 상관 관계

사회선생 2013. 9. 23. 22:50

 오늘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사람됨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양적 조사 결과를 내 놓았는데, 배려나 양보, 자기 감정이나 충동 조절 능력 등의 인성 수준이 우려할 만한 결과이다. 우리나라 중학생의 인성 수준은 중학교 교사를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나 역시 '중딩 남학생은 인간과 짐승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존재로서 아직 진화가 덜 되어서 조금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의 분석을 학업스트레스와 입시 경쟁에서 찾으려는 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만일 그들의 분석대로 학업스트레스와 입시 경쟁이 원인이라면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의 인성이 더 형편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낫고, 고등학생도 1학년보다 3학년이 낫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성 황폐화의 원인을 학업스트레스와 입시 경쟁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자꾸 학업을 인성과 분리시켜, 심지어 마치 반비례 관계인 것처럼 몰아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입시 경쟁이 공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입시 경쟁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어느 정도의 학업 스트레스는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면 - 그것이 공부든, 예술이든, 기술이든 - 더 잘 하기 위한 압박감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엄밀하게 말하면 극단적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의 부재 등이 문제이다.

 문제의 핵심은 학업스트레스와 입시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태도로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다. '좋은 대학 나와서 돈만 잘 벌면 된다'고 사회에서 가르치는 것이나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들에게 맞는 그들만의 길을 찾아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학교 현장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인성 문제- 집단따돌림이나 폭행, 폭언, 절도 등-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학교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고,  그 길에서 그들만의 공부를 하도록 해 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들이 '보람있게 몰입할 수 있는 길(다른 차원의 공부)'를 만들어 주어야 인성이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인성 역시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려할 만하다. 그들은 훗날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학업의 목적이 '편한 직장과 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인성이 황폐화되는 것이다. 학업을 개인적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재능으로 인식하고 기부하고 나누는 태도를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학업의 완성은 알고 깨닫고 실천하는데에 있건만 어찌하여 자꾸 학업을 지식으로만 한정해서 이해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자꾸 공부 많이 하는 것을 문제 삼으려고 하는지.... 인성이 부족한 것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거늘... 학습의 방법과 평가 요소 등을 조정하는 것으로 인성 교육이 이루어져야지, 탁상 공론하는 학자와 관료들이 또 학교에 인성 교육하라고 비현실적인 프로그램들을 내 놓으며 시간 할애하라고 할까봐 두렵다. 문학 시간에도, 사회 시간에도, 예체능 시간에도 인성 교육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인성 교육은 교과와 분리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학업과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