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잠시만요, 교실에 임산부용 책상 하나 놓고 가실게요.

사회선생 2013. 10. 2. 14:40

 

 교육부에서 미혼모인 중고등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학교에서는 임신·출산을 한 중고등학생 미혼모나 이성 교제를 하는 학생에게 퇴학, 전학, 자퇴 권고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한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일선 중․고등학교에서는 연애를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하지 않는다. 대부분 ‘도에 지나친 애정 행각’을 교내에서 벌이다가 적발되어 징계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징계하지 않는다면 이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커플이 포개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것도, 공공연히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것도, 교내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거나 실제 성행위를 하는 것도 ‘한 사람 잘못이 아니라 본 사람 잘못’이니 그들의 사생활로 여기고 보호해 주라는 것인가? 교육은 자유와 함께 절제와 인내, 책임도 배우는 것이다. ‘찐한 연애 행각’을 학교 안에서까지 용인하라는 것은 학교 붕괴로 가는 지름길이라 수용하기 힘들다.

 임신과 출산의 경우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임신을 한 학생이 학교 생활을 지속하고 싶어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런 일은 매우 드물지만-, 임신을 한 경우에는 일단 출산을 한 후에 복교하거나 재입학 혹은 편입학 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을 한 학생을 교실 현장에 노출시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위험하고, 또래의 학생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性)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성생활이 일상화될 경우 학업 등의 일상 생활이 파괴될 가능성도 높다.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적(性的)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동거, 임신, 출산 등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 다르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이 술마시면 그럴 수도 있다고 치부되는 남성 중심 사회도 아니고, 미혼모에 대해 편견을 갖고 보지 않는 사회이며, 중학생 미혼모라도 육아와 양육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사회이다. 그리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아니 졸업하지 않아도 생계 유지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사회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성인인 미혼모도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 아이를 내다버리는 판에 아직 독립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중․고등학생들의 임신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봐 주라니, 혼란스럽다. 정말 우리의 학생들을 위하는 정책일까? 징계로라도 임신을 방지하는 것이 학생을 위한 것 아닌가?

 정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연령 불문, 미혼모에 대한 과감한 복지 지원책을 펴야 하고, 임신이나 출산을 한 학생들이 편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단, 학교에는 아이 낳고 돌아오는 걸로-!

 이제 곧 임산부용 책상도 교실 내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할 판이다. ‘선생님, 그런 말씀은 태교에 안 좋으니 삼가주세요’ 이런 말도 곧 듣게 될 것 같다. 참고로 교무실에도 임산부용 책상은 아직 없다. 조만간 학생들에게 빌려 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