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그런데, 담배는 누가 꺼냈나요?

사회선생 2013. 10. 15. 09:29

 

 흡연하는 학생들이 종종 발견되어 교칙이 따라 처벌되곤 한다. 혹자는 담배는 기호품일 뿐이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되묻고 싶다. 당신의 초중고등학생 자녀에게도 흡연권을 인정해 줄 수 있냐고. 어디에서 담배회사 사장같은 소리를 하는지 원! 담배는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에도 해로우며, 타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유해품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갖지 않기를 바라는 습관이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흡연을 규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마땅하다.

 동료 교사들과 흡연으로 처벌 받았던 학생들 이야기를 하다가 - 교사들도 학생들 이야기 많이 한다. 교사의 관심사는 학생이니까. - 한 동료 교사의 작년 경험담이 흥미로웠다. 당시 1학년 담임이었는데 담배 냄새를 심하게 풍겼던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가방에 있는 물건을 꺼내 보라고 했고, 그 아이는 교무실에서 가방 속의 물건을 모두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물론 담배와 라이터가 사이 좋게 나왔고.

 아이의 흡연 문제로 학교에 오게 된 그 학생의 어머니는 책상 위의 담배와 라이터를 보더니 대뜸 담임교사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그런데 얘 가방에서 담배와 라이터는 누가 꺼냈지요?" 그 말의 속내는 이거다. '요즈음이 어떤 세상인데 어디 감히 학생의 가방에 손을 대? 담배 피운 것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당신을 인권 침해로 가만두지 않겠어' 다행히 교사가 미처 이야기 하기도 전에, 학생이 "엄마, 왜 그래? 내가 꺼냈어." 이러면서 일순 팽팽한 긴장 상황은 종료되며 학생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고 한다.

 교사의 역할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생활 지도이다. 생활 습관이나 태도 등은 학생의 사생활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정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교사가 개입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가 될 소지가 많고, 그렇다고 건드리지 않으면 교사의 직무 유기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저는 흡연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생이 스트레스 받으면 피울 수도 있지요. 그걸 규제하는 학교가 문제 아닌가요? 학교에서 피운 것도 아니고 골목에서 피우고 들어 왔는데, 왜 처벌을 받아야 하지요?"라는 학부모는 아직 없었다. 곧 그런 학부모도 등장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정말 금연 구역만 잘 지키도록 하며 흡연 교육을 해야 하는 때가 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흡연은 백해무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