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인사청문회와 품위유지비 그리고 국회의원

사회선생 2010. 8. 25. 14:30

 인사청문회는 분명히 필요한 제도지만, 그것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씁쓸하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 지 모르겠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할 수도 없고, 똑같은 놈들끼리 서로 네 팔뚝 굵다며 싸우고 있는 꼴을 보고 있기도 역겹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잤다고 권위적으로 호통 치면서 한 수 가르치려고 드는 국회의원에게 너는 늘 여관이나 여인숙에서만 자니 물어보고 싶고, 또 그 앞에 앉아있는 후보자에게는 너는 국민 세금을 그렇게 흥청망청 쓰며 죄의식 하나도 안 느꼈니? 그냥 네가 잘나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니 이죽거리고 싶어진다. 별반  다른 것 없는 것들이 앉아서 서로 잘났다고 싸움을 하고 있는 판을 보면 그냥 웃긴다. 서로 이해 관계가 대립될 때에는 미친듯이 싸우는 여당과 야당이지만 또 기가 막히게 단결이 잘 될 때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킬 때다. 그렇게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여야가 2010년 2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유고시까지 품위유지 명목의 지원금을 130만원으로 올려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정회 육성법’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반대 2, 기권 2이었다니 만장일치나 마찬가지 아닌가? 현대민주주의에서 만장일치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조승수의원과 창조한국당의 이용경 의원은 반대했다고 한다. 진보신당의 발표에 의하면 당시 '전직 국회의원 지원제도는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일반 국민들과의 노후 형평성 등을 고려해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난 물론 진보신당 지지자는 아니다. 지나친 진보는 현실을 부정하는 모순과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든, 즉 진보이든 보수이든 상관없이 자기의 이해 관계를 뛰어넘는 순수함을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자기의 신념과 반대되는 사람들과 권력을 위한 야합을 하지 않고, 일관성이 있으며, 표리부동하지 않은 사람은 존경한다. 적어도 조승수 의원은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조승수 의원은 동물보호에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를 넘어서서 생명에 대한 관심- 그것도 약자의 차원에서-까지 갖는다는 것이 진보신당의 취지와도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런 국회의원이 많아지며 우리 사회가 조금은 살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뛰어넘어 신념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 아쉽다. 그러나 그래도 그 속에서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