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우리에게 툰베리가 없는 이유

사회선생 2019. 12. 4. 09:59

툰베리같은 아이를 보면 정말 물어보고 싶어진다. '어머님이 누구니?' (아, 이런 질문 하면 안 되지. 어머니가 없는 가정일수도 있고, 꼭 자녀 교육을 어머니의 몫으로 보는 듯한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므로 그냥 안 물어보는 걸로! )

스웨덴 소녀 툰베리는 10대 청소년이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개인적 실천을 하며, 사회적 운동을 한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이며 적극적으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적 차원에서 노력해 달라고...

민주 시민 교육을 어떻게 받았기에 이렇게 훌륭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다시 물어보고 싶어진다. "사회 선생님이 누구니?" (이건 해도 괜찮은 질문 아닐까....나도 그 선생님에게 한 수 배우고 싶어진다. 진심.)

만일 우리 사회에서 툰베리 같은 소녀가 등장했다면 - 등장하기도 매우 어렵지만 - 공부나 할 것이지 학생이 정치한다고 싫어할거다. 일단 대학 가서 하라고 설득할거다. 스펙 만들어 학종으로 대학 가려고 저 짓 한다며 비꼬거나 비아냥거릴거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고 아이를 과소평가 할거다.  

지금 미세 먼지가 세계 최악 수준인 우리에게 툰베리는 왜 나타나지 않을까? 우리의 사회과 교육이 지식 따로, 가치 따로, 행동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지행합일의 균형잡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탓이다. 지구온난화를 배우면 당장 교실의 히터와 에어컨을 켜는 자신과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야 하는데 지구온난화 개념을 그냥 시험을 위해 배운다. 그리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식으로 기억한다. 교과 지식이 내 일상과 괴리되어 있다. 우리의 공동체와 괴리되어 있다. 우리네 사회과 교육의 한 단면이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에도  공정한 대학 입학 시험을 위해 선다형 지필 시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난리다. 학교에서도 시험 잘 보도록 문제 풀이 연습 잘 시켜서 학원 가지 않고도 수능 만점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한다. 그래봤자 서울대 가는 학생들은 몇 명 안 나온다. 정말 말하고 싶다. 뭣이 중헌디? (실천 의지도 공동체 의식도 없는 학생들이 국영수 잘 해서 서울대 가면 뭐하는가?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기 위해 돈벌이에 혈안이 된 전문직 종사자 혹은 고급 관료밖에 더 되겠는가? 이런 인재 아닌 인재를 양성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질까?)   

사회과 교사로서 나는 수능 문제 1등급 받는 학생보다, 지구온난화를 학습한 후에 자신의 행동이 바뀌는 학생들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문제 수능 풀이 잘 못 해도(물론 잘하면 더욱 좋겠지만), 삶의 터전을 잃고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을 떠올리며 측은지심을 느끼고, 자신이 겪는 더위를 참으며 에어컨을 끄는 실천을 하는 학생을 키우고 싶다. 지구 온난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전기를 아끼자는, 재활용을 많이 하자는, 1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고 운동하는 학생을 키우고 싶다. 그런데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란다. 그냥 지식이나 가르치고 시험이나 잘 보게 해 달란다. 대학입시가 상전으로 군림하는 한, 그런 교육은 힘들다. 사회과 교사로서 정시 확대를 별로 좋아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대학가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민주시민을 만드는 것이 점점 요원해진다. 툰베리같은 자질을 가진 아이들은 많을텐데, 우리는 그것을 발현시키지 못하고 시험 공부나 하라며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수능 만점 받아 의대가겠다는 과고생보다 학교 성적 별로여도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자고 앞장서는 툰베리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재상이 아닌지....(헛소리 말라고 떠드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 하다. 너나 툰베리하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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