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동료교원평가

사회선생 2019. 11. 25. 08:55

교원평가의 계절이 왔다. 동료교원평가를 하란다. 내가 예전엔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하나 확실히 기억나는 건 읽고 평가해 본 적은 없다. 아주 오래 전 초창기 시절에 정말 꼼꼼히 읽고 곰곰히 생각하여 체크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고, 의미없다.'

그 이후 나는 항목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때 그 때 다르다. 그냥 적당히 우수와 최우수를 막 섞어서 평가한 적도 있었던 것 같고, 그냥 매우 우수로 아무 생각없이 체크한 적도 있는 것 같다. 정말 내가 아무 의미없이 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기 평가를 하라는데 - 그런게 있었는지조차 새로울 정도이다. 치매인가? 이런것도 했었나 기억이 안 난다. - 체크 박스를 보니 수우미양가 다섯 단계이다.  수우미양가는 내가 하는 말이고, 매우 우수, 우수, 보통 이런 5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읽어보지도 않고 우수에 모두 체크했다. 내가 교사들의 면면을 알리 없다. 만일 나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해 보라고 하면 수업이나 사회과 평가문항 개발에 관한 것은 조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정성평가로... 학생 지도나 기타 업무 역량 등에 대해서는 내가 알 도리도 없고, 안다 한들 내가 무슨 권한으로 평가를 한단 말인가? 나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단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전제 조건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이 정량 평가를 하는 것은 평가 문항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다.

업무 10개를 하는 사람과 업무 1개를 하는 사람을 놓고 평가하면 단언컨대 업무 1개를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하는게 없으니 실수도 없고, 별로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나 포함, 모든 사람들의 평가를 그냥 '우수'라고 체크했다. 하고 싶지 않았는데 친절한 교무 기획이 와서 내게 아직 안 돼 있다고 해 달라고 말하고 갔기 때문에 업무 진행을 도와주기 위한 차원으로....  왜 최우수라고 안 했냐고? 그렇게까지 단언하기에는 자신이 없고, 그냥 우수 정도는 될 것 같아서이다.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다른 학교와 비교해 보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과한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우수는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없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