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일사는 쉽고 역사는 어렵다고?

사회선생 2019. 11. 18. 14:59

정작 물어볼 건 안 물어보고 원칙대로 처리하면 될 것을 물어보니 난감하다. 내년에 일반사회 수업 12시간, 역사 수업 6시간을 해야 하는 교사를 뽑아야 한단다. 그건 답이 정해져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반사회와 역사 교사 자격증을 모두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역사 수업을 상치로 몇 시간 더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일반사회 전공자를 뽑으면 된다. 수업 시수가 더 많은 과목을 중심으로 뽑는게 상식적으로 옳은게 아닌가? 

그런데 교감선생님은 역사는 어렵고, 일사는 쉽지 않냔다. 그래서 역사전공자를 뽑고 싶단다. (논쟁꺼리로 만드는 것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러자 역사 교사가 그렇다며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다. 어이가 없다. 무슨 과목이 어렵다, 쉽다는 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이기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교사를 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통합사회는 쉽고 국사 혹은 세계사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새로 뽑은 일반사회 교사가 통합사회만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 하더라도 통합사회가 대충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비전공자들이 대충 가르쳤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된다고 믿는 것 같았다. 도대체 자신들이 대충한다고 해서 누구나 대충한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은 무엇인지 원.

우리 학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금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사회 과목이 학교마다 사회과 교사들의 시수 맞추기 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과목의 교사라도 가르칠 수 있는 내용 없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끝이 없건만, '대충 가르쳐도 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엄밀히 말하면 내용 중심 수업보다 과정 중심 수업이 더 어렵다. (창의력의 개념을 가르치는 것이 쉽겠는가,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쉽겠는가?) 교사가 준비해야 할 프로세스가 많고, 가르쳐야 할 내용도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들 가르칠 내용이 없으니 그냥 교과서만 읽어주는 선에서 끝나는 듯 하다. 심지어 공교육에서 마지막 사회과 수업이 될 수 있는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마저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니 유감이다. 학생들이 불쌍하고, 가르칠 수 없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불쌍하다. 교사는 개인 차가 커서 어떤 교사는 매우 열심히 공부를 해서 가르치지만 어떤 교사는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 옳다고 여긴다 - 대충 가르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비전공자들이 출제한 문제들을 보면서 '심각한 문제'를 느끼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들인들 뭔 죄인가? 전공도 아닌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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