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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사회선생 2013. 7. 9. 21:29

나는 스마트폰이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전혀 기웃거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혹 누군가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찾아 보기도 한다. 비교적 정확한 정보원(?)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제발 스마트폰으로 바꿔라. 너만 카톡이 아니라 답답하다, 페이스북에 근황을 좀 올려라'는 등의 말을 듣는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왜? 난 답답한 거 하나 없어. 그리고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근황은 무슨 근황이니? 매일 별반 다르지 않아. 꼭 알고 싶으면 전화하렴. 친절하게 응대할게."  

 나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그 친구가 어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같은 것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나 역시 사적인 경험을 올려 놓고 공감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수다 - 혹자들은 교류와 관계 형성이라고 말하겠지만 - 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나에게도 불쌍한 유기견을 입양시켜야 할 일이 생겼을 때에나, 정치적으로 공감받고 싶은 이슈들이 있을 때 문득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힘을 빌려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관계 지향적이고 사적인 메커니즘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가 모르는 여럿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매체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내가 맛있게 음식을 먹은 식당이 공적 정보가 되어 타인들에게 공유되기도 하고, 나의 사적 관심에서 시작된 일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결과조차도 사실은 정보를 올린 사람의 의도는 아닌 경우가 많다. 사적인 것에서 머물렀지만, 의도하지 않게 확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에서는 이처럼 정보 생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단 개인이 올린 정보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 내 정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여러가지 면에서 유용성 있다. 간혹 낯선 길을 찾아가야 할 때에, 사전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 거리에서 급히 정보를 찾거나 메일을 주고 받아야 할 일이 있을 때에 스마트폰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이 그리 자주 오지는 않는 것 같다. 필요 이상의 수 많은 어플들은 유용성보다는 오락성이 지배하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기는 어른들의 장난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학교에도 방어벽이 생겨 네이버나 다음의 이메일을 확인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식 사이트, 메신저 등이나 막으면 될 것이지, 왜 이메일까지 막는지...지나친 권리 제한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그로 인한 불편함이 지금 나에게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가 갈등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와 사생활의 공유를 즐기는 취향에는 공감하기 힘들어서 조금 더 버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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