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의사 유감, 비단 수의사 뿐이겠냐만...

사회선생 2019. 10. 18. 14:28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토리와 해리가 많이 아팠다. 토리는 거의 무지개 다리 초입까지 다녀왔고, 해리는 토리가 나을 때쯤 발병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히 금방 치료됐다. 그 과정에서 동네 병원과 2차 병원까지 동물병원을 전전하였고, 아픈 개와 고양이를 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가입하게 됐는데, 수의사들 중에 정말 함량 미달인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새삼 놀랐다. 전에도 잠깐 말했던 것처럼 구조적으로 수의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정도일 줄은 몰랐다.     

중성화 수술한다고 개복해 놓고 자궁을 못 찾겠다며 닫았다는 이야기, 바베시아감염이라고 하면서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다는 이야기, 서로 다른 종류의 예방접종 주사를 한꺼번에 다 놓았다는 이야기, 19살 노견이 오늘 내일 하는데 안과 처치를 해서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 등등.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법한 상식적인 일이건만 수의사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데에 아연실색했다.나는 그런 짓을 한 게 진짜 의사인지 아닌지, 의사라면 악의적인 사기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당사자는 그게 문제인지도 모른채 '전문가'의 말이니까 비싼 치료비 내면서 자신의 개에게 미치는 해악인지도 모르고 꼬박꼬박 그들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언제나 환자는 을이 되어야 하는, 심지어 '말 못하는 환자'를 둔 '꼬치꼬치 묻지 않으며 무조건 따르는 착한' 보호자는 더더욱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어두운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지식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등쳐먹고 사는... 아는 게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당하고 사는... 환자는 오롯이 개별적, 개인적으로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잘못된 처방인지 아닌지 알 도리도 없다.

비단 수의사들 뿐이겠는가? 어디에서나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성의 부재이다. 그런데 대부분 업무의 전문성 부재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야기하고 끝날 수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에서의 전문성 부재는 그 자체로서 살인이나 마찬가지이다. 효율적으로 이들을 걸러낼 장치없이 소비자 혹은 환자 입장에서는 비싼 댓가를 치르면서도 목숨줄을 맡겨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왜 이리 특정 집단에 한없이 관대한지 모르겠다. 어떤 병원에서 오진으로 죽을 뻔했다, 혹은 죽었다는 것조차 실명으로 밝히는 게 '명예훼손죄'가 되니 말이다. 그런 정보조차 환자들은 나눠 갖지 못한다. 그런데 자궁의 위치도 못 찾는 의사에게 '합법적으로' 칼자루 잡게 해 준다. 도대체 법이 누구를 위해 있는건지. 환자를 위한, 소비자를 위한 국가는 정녕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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