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의사를 찾아 전전하며 드는 생각

사회선생 2019. 9. 19. 09:53

가까운 지인과 동물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지인이 말했다. "기술적 어려움으로만 따지자면 동물 보는 의사가 사람 보는 의사보다 훨씬 힘들지 않겠어? 동물은 일단 말을 못하는 데다가, 동물의 범주는 너무 넓잖아. 6년 공부해서 자격증 딴 사람이 새부터 코끼리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이건 불가능해. 자격증 있다고 운전할 수 있어? 그런데 자격증 있다고 이런 저런 수술들을 막 하잖아.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제대로 된 수의사 찾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생각해보니 사람 대상 의사는 의대 6년 다녀서 의사 자격을 따도 바로 개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해 봤자 그 병원에 사람들이 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가 되고, 그 이후에도 가능하면 큰 병원에서 근무하며 임상을 좀 쌓고, 그래야 비로소 신뢰할 만한 의사선생님 소리 듣는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특정 기관이나 특정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보는 데에도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다못해 운전면허증도 딴 다음에 연수를 제대로 받아야 비로소 운전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생명을 다루는 일은 오죽할까.

그런데 수의사는 어떤가? 요즘 동물병원이 급격히 늘었는데 수의사를 보면 대부분 아주 젊은 청년들이다. 6년 의대 마치고 개인 병원에서 페이닥터 몇 년 하다가 개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매우 살갑고 친절하지만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큰 대학병원에서 개나 고양이라도 집중적으로 보면서 몇 년 일했거나, 석박사 논문이라도 쓰면서 특정 동물의 특정 기관 혹은 특정 부위만을 몇 년이라도 연구한 사람을 찾게 된다. 그런데 또 그런 사람들은 치과니 외과니 하면서 전문병원이라고 간판 달아 개업하고, 2차 병원 수준의 치료비를 받는다. 사람 보는 의사 수준만큼 공부한 건 아닌거 같은데, 진료비는 그 수준 이상으로 받는다. 동네 병원이건 2차 병원이건 간에 수의사의 전문성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라고 생각되지만 당장 반려동물이 아프면 낫기만 하게 해 줘도 고맙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요 며칠 우리집 토리가 생사를 넘나들며 투병 중인데, 이리저리 병원에 다니면서 문득 우리나라의 수의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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