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느 날, 비틀거리는 새끼 길고양이를 보고 모른척 하기 힘들어 그냥 무작정 데리고 와서 치료해 주고 입양처를 찾았다. 하지만 품종묘도 아닌 코숏인 길냥이 출신 아깽이는 입양이 되지 않았고, 내가 데리고 있을 수는 없어서 난감했다. 무작정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그 때에 아무 조건 없이 즉시 와서 포천보호소로 데려가 준 곳이 케어(동물사랑실천협회)였다. 당시, 박소연 대표의 아버지가 와서 딸 걱정을 하며 포천에 보호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머물며 입양처를 알아보겠다고 하며 완치된 새끼 길냥이를 데리고 갔다. 그 후 나는 포천 보호소에 몇 번 가서 봉사활동을 하며 길냥이가 잘 있는지 확인했고, 그 길냥이는 보호소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분을 만나 입양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고양이는 앤셜리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그 고마움으로 나는 케어의 정기 후원자가 되었다. 보호소에 있는 불쌍한 녀석들의 밥값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매달 3만원씩 보냈다. 그리고 가끔 비정기적으로 큰 구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후원하기도 했다. 절도범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개농장의 개들을 구조하는 박소연 대표의 열정적인 활동을 지지하며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도와줄 일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케어 블로그에서 박소연 대표가 올린 이상한 글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안락사를 법제화해 달라는... 지자체의 동물 보호소에서 행해지는 살처분을 좀 더 엄격하게 행하도록 법제화해 달라는 것인가 했다. 그런데 내용을 계속 읽어보니 민간 보호소에서도 안락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보호소 운영을 위해서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동물보호단체의 대표가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댓글을 달았다. 동물의 안락사와 살처분도 구분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운동의 초점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고...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던 페이스북에 찾아 들어가 박소연대표에게 쪽지까지 보냈다. 이건 결코 동물운동의 정책 방향이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아무리 보호소 운영이 힘들어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정당한 살처분-나는 살 수 있는 동물을 죽이는 것을 안락사라고 명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안락사가 아니라 살처분이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나다를까, 그 다음날 아침부터 신문과 뉴스가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케어의 직원들도 이에 크게 저항하며 그 동안 케어에서 박소연대표의 독단에 의해 살처분- 이 공공연하게 행해졌음을 폭로하며 박소연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지금 해지를 하면 케어의 여러 보호소에 있는 녀석들이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꼴을 알면서 후원을 지속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신의 것이 아니건만, 그녀는 왜 그렇게 독단적으로 무리하게 보호소 운영을 해야만 했을까? 새로 환자 받으려고 침대 차지하고 있는 환자들 죽이면서... 점점 보호소가 커지면서 그녀가 판단력을 상실했나보다. 동물을 위한 보호소가 아니라 구조를 위한 구조를 했나보다. 이슈화하고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했나보다. 모든 조직이 커지면 왜 초심을 잃고 조직 그 자체에 목숨을 거는걸까? 그녀가 했던 초기의 꽤 많은 의미있는 활동들이 퇴색되며 그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까지도 참 슬프게 만드는 일이다.
*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자동이체를 해지했다가 결국 보호소의 개들을 생각하며 다시 신청했다. 그 녀석들의 밥줄이 끊어지는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렇게 많은 회원을 가진 큰 조직이 박소연대표 한 명때문에 무너지면 우리나라 동물권의 실현은 더 암울해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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