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공존이란 뭘까?

사회선생 2019. 5. 8. 21:30

양양에 놀러갔다가 숙소 근처에서 방황하고 있는, 50kg은 되고도 남을 듯한 셰퍼드 두 마리를 봤다. 한 마리여도 놀랄만한 사이즈인데 두 마리가 같이 다니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혼비백산 놀라 도망가며 신고했고, 경비 아저씨가 출동했다.

나도 우리집 강아지 토리와 산책하다가 그 셰퍼드를 딱! 만났다. 일단 토리부터 들어 안았다. 그런데 그 셰퍼드 두 마리는 내 앞으로 와서 킁킁 토리 냄새를 맡더니 심지어 한 녀석은 토리를 다정하게(?) 핥아준다. 그리고는 가 버렸다. 나는 개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데다가 직감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개라는 걸 알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희는 왜 집 나와서 돌아다니니?' 그랬더니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마침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비 아저씨가 아스팔트 위에 고인 물을 핥고 있는 한 녀석을 향해 "이리와 물 먹으러 가자" 그랬더니 그 두 녀석이 마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순순히 경비 아저씨를 따라가는게 아닌가? 그 녀석들은 아파트 체력단련실에 따라 들어가서 감금(?)되었고, 내가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경비 아저씨는 양양군청에 전화해서 유기견 신고를 할 거라고 했다.

내가 토리 사료를 들고 체력단련실로 들어갔더니 그 두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데, 서면 내 키와 비슷한 정도이고, 앞발로 서서 나에게 기댔을 뿐인데 힘이 어찌나 센지 내가 뒤로 휙 밀릴 정도이다. 좋은 주인에게 훈련을 제대로 받은 반려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동물보호소 행이라니!  

보호소에 가서 공고 기간 (15일)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살처분된다. 이렇게 건강하고 다정다감하며 멋진 녀석들을 죽인다니!! 큰 녀석들은 입양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무거운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경비아저씨에게 혹시 집이 근처에 있는데 잠시 가출한 걸수도 있으니 그냥 자기 집 찾아가라고 풀어두면 안 되냐고 했다가 같이 있던 주민들에게 욕을 먹었다. 이렇게 큰 애들이 무슨 짓을 할 지 어떻게 아냐고... 무서워서 심장 마비로 죽겠다고...

문득 동물과의 공존이라는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순한 반려견에게조차 크다는 이유로 곁을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동물과 공존하는 삶이 가능할지... 동네 뒷산에서 사람 피해다니며 사는 떠돌이 개들이나 뒷골목을 배회하는 길고양이조차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며 눈에 띄지 않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넣는 우리네 사회에서 멸종 위기종 동물이 어쩌구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지... 만일 호랑이가, 늑대가, 여우가 멸종되지 않고 산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그들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자고 했을까? 내려와서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 모두 잡아서 죽여야 한다고 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공존은 도대체 뭘까?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떠돌이개들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에서...

나는 떠돌이개와 공존하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도시 대로변이야 교통 문제때문에 서로 위험할 수 있으므로 포획한다지만 산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까지 전부 포획해서 살처분하는 작태는 너무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야만적이다. 공격성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그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고려하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에 와서도 내내 그 멋진 셰퍼드 두 마리가 아른거린다. 제발 주인이 찾아가길! (내 직감으로는 절대 버려진 애들이 아니다. 순종 셰퍼드를 그렇게 잘 키운 사람이라면 - 묶어서 키우면 순하지 않고 공격적이다 - 결코 버렸을 리가 없다.) 아니면 두 마리가 같이 (커플같았다) 좋은 사람에게 입양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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