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생명'인데 법에서는 '대체 가능한 물건'이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비정상이겠지만 나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비정상인건가, 아니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비정상인건가, 그도 아니면 동물을 물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인건가, 분명히 뭔가 하나는 비정상이어야 맞는 거 같은데...
동물을 물건처럼 대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옳은 일 같은데,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해야 착한 사람 같은데, 그게 비정상인가보다. 우리네 민법에서는 그건 네 생각이란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 우리의 민법에서 동물은 여전히 '대체 가능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 상해 사건이 발생해도 물건값에 상응해서 배상하면 그걸로 끝이다. 최근의 판례에서 시대적 변화를 조금 가미하여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긴 했지만 그 액수는 새발의 피다. '누구 놀리니?' 하는 수준.
동물병원에서 의료 사고로 죽음에 이른 피해 사례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동물 주인들만 억장이 무너진다. 억울해도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의사는 물어준다며 적당히 타협하잔다. 더 좋은 개를 주겠다는 의사도 있단다. 어차피 그냥 개값 물어주면 그만이고, 소문 나빠지면 다른 곳에 가서 이미지 세탁하고 개원하면 그 뿐이다.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 이런 억울함을 비정상적이고 정신병적인 감정이니 그건 네가 알아서 수습하라는게 말이 되는가? 우연히 접한 - 그런건 기사 꺼리도 아니다 - 사건을 보다보니 나도 화가 난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후진 민법. 언제쯤이나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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