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육열은 높은데 학구열은 낮다

사회선생 2019. 10. 11. 08:53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다. 교육열은 높은데 학구열은 낮단다. 아이들 말로 풀어서 해석하자면 이거다. '대학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공부가 재밌는 것도 아니고,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전혀 없다.'  

교육열과 학구열이 따로 논다는 건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이란 - 고등교육일수록 더더욱 - 무릇 학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나가며, 일상 생활에서도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가보다.

우리네 사회에서 교육은 온전히 수단에만 머물러 있다. 죽어라 학원 다니고, 독서실 다니며 공부하지만 그저 명문대 입학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교육은 계층 상승, 직업 선택을 위한 도구일 뿐 -  그 조차도 라벨에 불과하다 - 그 이상의 의미를 학생들이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이 제공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명문대에 입학하면 학구열이 높아지나? 그 다음은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은 내가 그렇게 죽어라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 - 공부가 힘들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 을 독점하려고 혈안이 된다. 내가 공부해서 내가 얻은 획득물이므로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공부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면, 아니 적어도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성찰이라도 있었다면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공부한 것이 라벨붙이기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품 라벨 붙였으니 돈 더 내라. 난 그럴 자격이 있다. 정말 그런가? 아, 또 이야기가 새어 나가버렸네.   

어쨌든, 인간이 인간인 이유 중의 하나는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다움의 가장 최고봉은 어떤 물질이든 현상이든 원리와 의미를 찾아 끝없이 성찰하는 인간이며, 그런 인간들 덕분에 소위 문명이 발달했다고 믿는 나로서는 공부를 즐기는 삶을 학생들이 영위하길 바라지만 그건 요원한가보다. 공부가 수단에서 벗어나 그 자체를 목적으로 아이들이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며 공부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학생들이 너무 지치게 경쟁하며 너무 힘들게 공부한다. 그래서 공부는 지긋지긋하고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것이 돼 버린다. 개개인의 삶의 행복도는 차치하고, 인간의 본성, 인간이 인간인 이유마저 우리네 교육이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스럽다.  



 https://news.v.daum.net/v/20191010143123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