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지내는 후배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변에 앉은 S교사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큰데다가 말도 너무 많아서 정신 사납단다. 나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함께 있으면 혼자만 떠드는 스타일이다. 결국은 자기 자랑으로 귀결되는... "내가 그런 건 못 참잖아." '내가 또 그런 능력은 있잖아." "내가 할 말은 하는 사람이잖아."
그 후배도 내 과라 조용한 편인데, 계속 옆에서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났나 보다. 옆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그 날 자기 남편이 무슨 옷을 입고 갔는지, 자기 자식들이 무슨 반찬을 해서 밥을 먹었는지까지 생중계를 하기 때문이다. 그 날도 자기 집 전기 요금이 얼마가 나왔는지 떠들어 대더란다. 그 후배가 말했다. "내가 왜 교무실에 앉아서 그 집 전기요금까지 들어야 돼?" "자기 집 전기 요금 적게 나온다고 자랑하고 싶었을거야. 너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전기 요금이 적게 나와? 이런 리액션을 기대했겠지. 그냥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고 그런 기질인가봐."
그런 S가 교무실에서 다른 동료와 트러블이 발생했다. 쓸데없는 말로 오지랖 휘날리고 다니다가 된통 당한거다. 한 기간제 선생님이 자기반 수업 시간에 자습을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기간제 선생님에게 가서 자습 시키지 말라고 훈계(?)를 한거다. 그 기간제 교사는 발끈하며 당신이 뭔데 간섭이냐며, 자습을 시키든 말든 그건 내 고유 권한이라고 불쾌해 했단다. 그리고 교권 침해 당했다며 자신도 가만 있지 않겠다고 하며 교무실이 좀 시끄러웠나보다. 모르긴하지만 S는 기간제 교사라 만만하다고 생각하고 감히 그런 훈계를 한 게다. - 그런 말은 인간적인 래포가 형성된 관계가 아니면 하기 힘든 말이다. - 아무튼 그 사건이 발생 이후 한참이 지나고 소문이 났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문만 무성할 때였다.
한 교사가 말했다. "S에게 무슨 일 있었어?" "그랬나봐. 그런데 아직 소문이 별로 안 도네.""조금만 기다려봐. S잖아. 자기가 못 참고 떠벌일거야." "아니야, 남의 일이면 벌써 몇 바퀴 돌았겠지. 그런데 소문이 안 나는걸 보니 S가 당한거야.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절대로 크게 떠벌이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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