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안을 보니 수능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들어갔다. 교육과정까지 바꿨으니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넣어야겠고, 심화선택 과목을 넣느냐 마느냐는 별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을거다. 명목상 이유는 파행 수업이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겠지만, 실질적 이유는 밥그릇이 작아지는 것을 우려했을거다. 수능 과목이 되느냐 마느냐는 출판 시장과 여기에 의존해서 벌이가 꽤 괜찮은 그들에게는 절대로 놓을 수 없는 수익이기 때문이다. 심화 선택 과목은 절대 평가가 되지 않는다에 한 표를 걸겠다. 절대평가가 되면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그들이 그것만은 안 놓으려 할 것이다.
EBS 연계도 폐지가 맞다는 것을 모두 다 안다. 그런데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법. EBS 연계가 폐지되면 EBS도 타격을 받고, 교재로 수익을 올리던 필자들도 타격을 많이 받는다. EBS 교재는 인세가 매우 짭짤하기 때문에 다른 건 다 놔도 끝까지 놓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그들은 심화선택과목 폐지를 막았을거다. 그럴 만한 힘이 있냐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학벌은 사회적 네트워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충분히.
수능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하되, 국영수와 통합사회, 통합과학만 보게 하고, 국어와 수학 본고사 부활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데... 현행 논술이 본고사와 뭐가 다른가? 국어와 수학은 지금처럼 인문논술, 수리논술 보면 그게 본고사지... 그럼 국어와 수학 학원 다닌다고? 어차피 학원은 지금도 다닌다. 국어와 수학 사교육 시장은 임계치까지 가 있기 때문에 더 확장될 수도 없다.
그럼 다른 선택 과목들이 죽는다고? 학교에서 즐겁게, 의미있게, 과정 중심으로, 스트레스 안 받으며 공부하게 될 수도 있다. - 마음에 들진 않지만 - 학종이라는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내신이 있지 않은가? 선다형 시험에 들어가면 시험 공부밖에 안 하지만 오히려 수능에서 배제되면 관련 교과목 관련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탐구도 하고,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다. 평가도 다양하게 하면 된다. 정부에서 확대하겠다는 학종에서는 그걸 좋아하지 않는가? 심화선택과목의 비중을 학종에서 반영 비율을 높이면 된다. 그럼 사교육 의존도도 낮아지고 심화선택과목의 파행과 사장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런 방법은 생각을 좀 해 봤을까? 누군가 분명히 하긴 했지만 밀렸겠지.
아직 수능 시안과 EEBS 연계성 여부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고 두 가지 시안을 놓고 고민중이라니... 과목별 밥그릇 싸움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단의 치열한 노력(?)이 대단했겠구나 안 봐도 비디오다. 어디에서나 평범한 다수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데다가 결집되어 있는 소수의 파워가 항상 더 센 법이다. 그리고 그 이해 관계는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는 명분으로 포장된다. 제발 교육정책, 아니 어떤 정책이든 밥그릇 싸움 좀 하지 말고 사안을 봤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갑론을박 정책을 논할 정도의 사람들이면 관료, 교수, 교사들일텐데 밥그릇 걱정할 사람들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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