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한국, 골때린다

사회선생 2017. 9. 30. 23:30

외국에서 오래 산 지인이 모처럼 한국을 방문했다.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차가 차선을 바꾸려고 하는 데에도 양보하지 않는 어느 차를 보고 말한다. "와, 경찰차에도 양보 안 해 줘? 저런 사람도 있어?" 신호 없는 횡단 보도에 사람이 서 있다. 난 그 사람이 지나가려는 걸 알지만 내가 더 빠를 것 같아 먼저 얼른 지나갔다."와, 못 됐다.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해 줘야지?" 그가 사는 나라의 기준에서는 공무가 먼저이고, 사람이 먼저인게다. 

같이 TV를 보다가 어느 지역에 장애인 학교 설립을 두고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뉴스에도 말한다.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단다. 장애인 학교 적합지라고 판단돼서 거기에 세우기로 했으면 끝이지 위험물이나 혐오물도 아닌데 그걸 반대하는 사람이나 반대한다고 빌빌거리는 정부나 이게 있을 수 있냐는 게다. 그러면서 설마 장애인을 혐오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거냐고 되묻는다. 

소방대원이 화재현장의 불을 끄기 위해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에 개인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뉴스에는 소방대원인것처럼 비분강개한다. 소방대원들이 파업해야 한단다. 자기네 나라에서는 불이 난 게 아니라 불이 날 가능성이 있어도 소방대원이 들어가기 위해 문을 부순 것은 공무이고, 이에 대해 원인에 따라 국가 혹은 원인 유발자가 책임져야지 소방대원에게 책임지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거다.

문득 공권력은, 공적인 이익은, 공동체의 선은 안중에도 없는 우리나라의 개인주의 포장지로 둘러 싸인 이기주의와 사유재산 절대의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그 동안 부당하게 행사된 공권력이 많았다고 해도 이런 행태들이 납득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한다면서 모두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남이야 어찌되든 말든을 붙이고 산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교육해 왔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지금처럼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닌지...그렇다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텐데... 자유주의를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 일정 수준 제어하는 것은 실질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거 아닌가. 한국 골때린다는 이야기는 둘째 치고, 이러다간 내 발등 내가 찍으며 사는 사회가 될 것 같아서이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http://v.media.daum.net/v/20171018063046342?rcmd=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