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게 학생을 자식처럼 생각하라는 말을 사회에서 많이 한다. 아마 군사부일체의 유교적 전통 영향도 있는 듯 하다. 아무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만 가끔 속으로 생각한다. 직업이니까 정말 프로 의식을 가지고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참고, 또 참는 거지 자식같았으면 끝장 났다고...
나의 직업 정신은 "너 어디서 싸가지 없이 그 따위 말 뽄새야?" 라는 마음 속의 말이, "에이 말 좀 이쁘게 해야지. 그게 뭐니?"로 둔갑시키고, "너 한번만 더 담배 피우면 그 땐 가만 안 둬." 라는 말은 "흡연은 해롭잖아. 적어도 학교에서는 피우지 말자. 금연 치료를 받아보는게 어떨까?" 가 된다. "너 그 금발 머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한테 안 어울리거든." 은 "졸업할 때까지 교칙은 지켜야지."가 된다.
직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정하게 침착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하는거다. 학생들에게 일정 거리 떨어져서 이성으로 감정을 누르고, 정제된 언어만을 사용하며, 예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일처리를 한다. 절대 자식이면 불가능하다.
"자식처럼 좀 대해 주세요." 라는 학부모들이 가끔 있다. "정말 그렇게 한 번 해 볼까요? 별로 안 좋아하실거 같은데..." 물론 그런 이야기 역시 절대 속으로만 한다. 갑자기 떠오른 에피소드 하나. 예전에 어떤 뺀질이 교사가 교장선생님에게 인사치레로 "교장님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그랬더니 그 교장님 왈, "정말요? 그럼 힘들어지실텐데..." 그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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