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심화 선택 과목은 매우 종류가 많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까지 수 십 개의 과목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학생들은 그 중에서 두 과목만 선택해서 시험 보면 된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선택을 존중, 장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실제로 다양성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단 문과생들은 사회탐구, 이과생들은 과학탐구로 쏠린다. 학교의 교육과정 탓이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한 것 자체가 문제이다. 왜 문과생들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이 물리나 화학이나 생물을 공부해서 시험 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지? 그리고 이과생들에게 법이나 지리나 윤리를 공부하는 기회를 학교에서 막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이런 과목 간의 장벽을 만들어 놓는단 말인가? 창의 융합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이와 같은 학문의 편식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맞지 않는다.
그래, 정말 관대하게 생각해서 거기까진 좋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다음은 더 가관이다. 사회탐구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해서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두 과목으로 몰려 있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수능에서 점수 따기 제일 쉽고 편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진학할 학과와 관계 없이, 자신들의 취향 무시하고, 그냥 당장 수능에서 점수 따는 데에 불이익이 있는 소수 과목은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과목들이 사장되고 있다.
개정교육과정에서 신설된 통합사회를 수능 과목으로 넣는 문제로 지금 교육부에서 논란이 뜨거운가보다. 통합사회를 만든 취지는 자기 주도형, 통합, 활동 중심 교과라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선다형 양적 평가를 하자니 앞뒤가 안 맞지 않는가? 게다가 이를 수능에 넣자니 심화 선택 과목의 수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고민될거다.
심화선택과목을 한 과목만 수능에 넣으면 사탐, 과탐의 대부분의 과목은 모두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고 한 과목만 남는다. 그리고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두 과목을 넣으면 그 현상은 조금 아주 조금 약해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 부담이 너무 커진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시켜 통합사회만 주요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다루는 데에서 그치고, 심화 선택은 수능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심화 선택 과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모든 학교에서 실제로 수업 시간에 심화 선택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통합사회 문제풀이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입시 제도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대의 경우, 사탐 심화 선택 과목을 세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면접 시험이나 논술 시험 등에서 이 과목들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교육과정과 수능, 입시, 고교와 대학이 조금 더 유기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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