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를 보니 서울대가 인문고를 우대한 것도 아닌데, 우리 학교에서 7명이나 합격한 것을 보면 분명히 학교와 학생들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서울대 1차 합격자가 11명이나 나와서 이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그 중 두 명은 최저가 되지 않아 일단 탈락하고 9명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는데, 그 중 7명이 최종합격했다.
그리고 고대도 11명, 연대도 4명이 합격했다. 심지어 한 명은 서울대 의대 및 주요 의대에 합격했다. 최근들어 이런 결과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실적(?)은 전무하기 때문에 교장님과 교감님 고3교무실은 거의 축제 분위기이다.
대학 입시가 지역과 고등학교의 급에 따라 결정된지 오래 되어서 일반 인문고에서 명문대를 보내는 일은 정말 낙타가 바늘 구벙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강북의 일반 인문고는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제도로 할당된 두 명만 살려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 조차도 수능 최저가 안 나와서 발을 동동 구르기 일수였다. 우리가 그랬고, 지금도 우리 주변의 학교들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집값이 가장 싸다는 강북의 한 지역에 위치한 일반 인문고, 심지어 여고에서 서울대에 7명이나 보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중산층이 밀집해 살았던 80년대에나 있었던 이야기이다.
이유가 뭔가 잠깐 생각해본다. 학생 인력풀이 좋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와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학교에 대한 요구가 유난히 많았다. 1학년 때부터 수업 분위기가 좀 달랐다. 수행 평가 해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또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매우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마련하여 학생들의 활동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과 학교가 입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호 교류하며 최적의 입시 시스템이 갖춰졌던게다.
모르긴해도 인문고에서 학교 포트폴리오를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 제출한 학교가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쥐어 짜면서 한 편으로는 투덜거리고, 한 편으로는 걱정하고, 잘 되길 바라면서 행사와 활동을 만들어줬고 생기부를 기록해줬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학원에도 다니고 이리저리 알아보며 그 좁은 서울대 문을 뚫기 위해 노력했다.
모르겠다. 이런 성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왜냐하면 이는 학생과 학교의 합이 맞아야지 어느 하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의견으로는 여전히 일반 인문고와 특목고 자사고의 위계를 정해 놓고 입시 경쟁을 시키는 이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전히 서울대의 입시가 일반 인문고의 공교육 정상화에는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P.S. 우리 반의 한 학생은 서울대에 떨어졌다. 학력, 인성에서 흠 잡을 데가 없는 아이이다. 그런데 면접에서 임팩트를 줄 만큼의 화려함도 없고, 오랜 사교육을 통해 단련된 노련함도 없다. 그 학생에게 위로하며 한 말, "서울대가 널 떨어뜨린 서울대의 손해지 네 인생이 달라질 건 없어. 너는 어디에 가도 서울대 출신보다 훨씬 잘 될거야. 걱정하지 말고, 네가 늘 해 왔던 것처럼, 공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살거라. 절대 위축될 거 없다." 다행스럽게 그 학생은 서울교대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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