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등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선생 2016. 11. 24. 09:57

요즘 3학년 기말고사 기간이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이제 학교 규범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각 반마다 몇몇 학생들은 금발 혹은 백발 머리 휘날리며 - 아주 드물게는 담배 냄새도 살포시 얹어서 - 자기가 정해 놓은 시간에 등교한다. 아니 정해 놓은게 아니라 그냥 기분에 따라 등교한다. 그래도 등교해 주면 고맙다. 아예 안 나타나는 학생들도 있다.

오늘 있었던 해프닝. 시험이 10시에 끝나는데, 9시 50분 쯤 유유히 나타난 학생이 있다. 그나마 담임이 빨리 오라고 전화해서 그 학생은 담임 생각해서 와 준 것이다. 감독 교사는 너무 늦게 왔으니 교사로서 원칙을 이야기해 주었다. 원칙대로 하면 시험 볼 수 없게 하는게 맞지만 보게 해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일찍 오라고 훈계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당신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돼?'의 표정으로 불손하게 군 것이다. 만일 1학기 같았으면 분명히 학생은 '죄송합니다'라고 했을거다. 하지만 수능도 끝나고, 모든 것이 결정된 지금, 무례하게 군다고 학교 짤릴 것도 아니고, 졸업 못 할 것도 아니고... 뵈는 게 없다.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기에, 학습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학생들이었다. 아니면 우리가 그 동안 잘못 가르쳤던지. 아무튼 그 동안은 잠재돼 있었는데, 이제서야 그 동안 억눌렸던 자신들의 끼를 부정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그들의 기질을 터뜨려 줄 기회를 학교와 사회가 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게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막 나가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공동체 생활의 규칙과 규범이 존재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에 적절한 제재가 뒤따라야 하는 건 아닌지. 출석부만 원칙대로 정리하면서 와 주면 그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로 끝나야 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해가 된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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