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기분 좋게 하는 사람들

사회선생 2016. 10. 28. 09:30

온 지 얼마 안 된 우리 사서 선생님은 일이 그렇게 많은데도 웃는 얼굴 아닌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막내라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사서 교사의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막내였던 적이 있었지만 되돌아 보관대 그렇게 항상 웃는 얼굴로 선배나 동료 교사들을 대하며, 시키는 일을 즐겁게 기꺼이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 많은 막내들을 학교에서 만났지만 진심과 예의와 성실함으로 자신의 일을 열심히, 심지어 잘 하는 사람들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물론 사서 선생님도 동기들과 만나면 어려움도 토로하고, 선배들 욕도 하고, 눈물도 흘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뒷담화를 나눌 때 조차도 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한지 다들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그녀의 배우자까지 점지해 주려고 한다. 누가 봐도 기분 좋게 해 주는 사람이다.  

우리 학교 생활지도 부장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힘든 3D 업무를 맡아 하면서도, 자신이 수업하는 반의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운다. 학생들이 인사하면 이름을 불러주며 받아준다. 사진첩을 가지고 이름을 외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나도 옛날 초임 시절, 몇 년 간은 학생들 사진첩을 가지고 다니며 모두 외웠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담임 반 아이들 이름 외우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이 탓을 하지만 나이 탓만은 아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생활지도 부장선생님을 보면 찔리면서도 공연히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담임들의 일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이 수업 들어가는 반의 체력검사 결과를 다른 체육교사들과 달리 담임에게 넘기지 않고 늘 조용히 직접 입력해 주신다. 우리반 체육선생님이 생활지도 부장님인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며칠 전 대청소 때에는 직접 그 긴 복도 방충망을 닦고 계시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이 교실 청소만 해도 힘들다며...

우리 반의 나경이를 보면 어쩜 아이가 저렇게 초지일관 성실하고 담백할까 기분이 좋아진다. 수학 선생님이 말한다. "2반에서는 수업 듣는 애가 이제 한 명 밖에 없어. 나경이. 걔는 안 들어도 되는 애가 끝까지 또랑또랑 보는데... 수업을 안 할 수도 없고... 진짜 괜찮은 애야." 요즈음의 공부 잘 하는 아이들답지 않게 나경이는 계산적이지 않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따지고 계산하지 않는다. 아쉽게 서울대와 고대 추천을 놓쳤지만 아이답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내가 아쉬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융통성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고, 맡은 일을 책임있게 하며, 학교 생활에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 나경이가 소위 세속적인 성공을 할 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 분야의 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것이며,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인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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