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의 3학년 2학기의 학교 교실 현장은 학교 붕괴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교 붕괴가 다른 건가? 수업이 수업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거지. 이미 내신은 1학기말 성적까지 산출했고, 그걸로 대학 입시는 결정됐으니 2학기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남은 시간은 수능 잘 보기 위해 매진하면 된다. 개인마다 선택 과목이 다르니 굳이 모든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다. 국영수도 마찬가지이다. 과목 포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목 포기해도 충분히 갈 대학을 고를 수 있다. 당연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학교 붕괴, 수업 파행을 가져온다. 귀마개를 하고 동영상을 들으며 수업 시간에 앉아있다. 그걸 막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항의한다. 선생님이 내 인생 책임질거냐고, 난 이 과목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왜 수능 이후에 수시와 정시 모집을 함께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대학의 행정적 편의주의 때문 아닌가? 수능이 끝난 후에 모집을 함께 하면 학생도 좋고, 학교도 좋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신과 수능 성적을 비교 판단하여 수시든 정시든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으니 좋고, 교사들 입장에서는 끝까지 내신 성적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으니 좋다. 대학 수시 모집 전형은 1학기 내신 성적으로만 결정되는데다가 수시 모집이 정시 모집 정원보다 많아지는 상황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의 2학기 수업 파행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11월까지 기말고사와 학사 일정을 끝내고, 12월에 수능 성적 나오면 수시와 정시를 개인이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입시 일정이 바뀌길 바란다. 공교육의 붕괴는 둘째치고, 편법과 파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현재의 입시 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교육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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