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서울대의 꼼수

사회선생 2016. 9. 19. 09:14

나는 서울대의 입시 전형 방법이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명목상이고, '특목고 학생을 우대'하려는 실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목적에 지나치게 부응하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내신만 보고 뽑기에는 학교 간 급차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싫고, 수능만 가지고 뽑자니 특정 지역과 특정 지역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 서울대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서 생색내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정부의 지향점에 부응하면서 머리 쓴 결과가 일반전형인 것 같다. (지역균형으로 면책하고)  

그런데 난 아무리 봐도 난 그 선발 규정이 개운하지가 않다. 명목상으로 전인격적인 인재를 고르겠다며 추천서와 자소서와 학교 활동, 심지어 학교의 프로파일까지 함께 종합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하면 가정의 계층성 뿐 아니라 학교 간의 위계성까지 모두 고려하겠다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얼마 전부터 교감선생님이 자꾸 심화선택 과목을 개설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고나 외고, 과학고에서 하는 심화 선택 과목을 의미한다. 일반고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이 있는데, 어디에 심화 선택을 구겨 넣어야 하나 봤더니 동아리 활동에다 넣으라신다. 심화 선택 교과는 교과서의 완성도도 낮고 - 검정이 아니라 인정 교과서이기때문에 더 그렇다. - 굳이 교육적 차원에서 억지로 넣을 이유가 없는데, 서울대가 심화 선택 과목 이수 여부를 중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심화 선택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게다. 학생의 자소서와 학교 프로파일에 한 줄 더 넣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거 간다.  

사실 서울대는 심화 선택 과목 이수 여부를 중시하는게 아니라 특목고 졸업생인지 여부를 중시하는 건데, 순진한 일반고에서 어이 없게도 과학고 대상 학생들에게나 해 줄 법한 고급 수학을 개설해 놓고 한 두 명을 위한 수업 아닌 수업을 하는 셈이다.수업을 제대로라도 하면 차라리 낫다. 과연 그게 가능하겠는가?  

서울대의 입시가 정상적인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학교 공부 열심히 해서 내신 성적 우수한 학생들을수능 최저 조건만 좀 강화해서 뽑아주면 안 되는지? 그렇게 하면, 정말 그렇게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서울대에서 원하는 학문 시키기가 그렇게 힘드는지? 서울대에서 그렇게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주면 특목고 쏠림 현상도 없어지고, 일반고의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텐데... 물론 양적 자료만이 갖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에서도 평가 방식이 정성 평가로 가야 한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질적 자료의 질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질적 자료가 계층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 사회적 공공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