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 도서관에 가 보니 그 동안 도서관이 또 달라졌다. 이제 대출과 반납을 기계를 통해서 본인이 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된 것이다. 사람이 하던 일, 보통 두 명이 앉아서 일을 했는데, 이제 기계 여러 대가 나뉘어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 사용하는 방법이 낯설었지만 큰 기술을 요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해서 편리하게 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나쁠게 별로 없다. 그럼 대학교 입장에서는 어떨까? 당연히 기계를 관리하는 비용이 근로장학생을 채용해서 관리하는 비용보다 덜 드니까 사용했을거고, 학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심지어 대학 도서관도 이런데, 기업에서는 오죽할까? 분명히 다수는 편리해졌고, 기업은 이익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또 다른 다수는 혹은 소수는?
아마 도서관에는 그 기계가 들어오면서 근로 장학생 여섯 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었으리라... 여러 미래 학자가 말한 것처럼 정보 사회에서는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 질거라는데, 도대체 실업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계를 만들어내거나 관리하는 최첨단 하이테크 능력을 갖춘 고도의 기술자가 아닌 몸 움직여서 일하는 단순 기술자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실업에서 벗어나려면 개인이 기업이 되고, 개인이 자신의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각개 전투의 시대이다. 별다른 무기도 없는데 각개 전투를 해야 한다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생각해 본다. 내가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은 그렇게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하이테크 엔지니어가 될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냥 소박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약간의 지식을 동원해서 일을 해야 하는 - 우리가 교육도 그렇게 시키는 것 같고 - 학생들이 다수이다. 그런데 얘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로 가야 할까?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하여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문득 그 기계를 보면서 그네들의 미래가 걱정됐다. 무엇을 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일자리가 과거만큼 그들에게 안정된 생계와 사회적 품위 유지를 가능하게 해 줄까? 공연히 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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