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공개의 목적이 무엇일까? 누구인지 알려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함으로써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며, 마땅히 사회적 지탄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이리라. 범죄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직장을 다니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특정 다수를 범죄자로부터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범죄자라도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쇄 살인범이나 잔인한 수법으로 살인을 한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범행 수법이 너무 잔인무도해서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는데, 어차피 살인범으로 들어가서 10년 이상 복역할 것이 뻔한 사람인데, 굳이 신상공개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저 사람이 토막살인범이래." 이렇게 사회적으로 손가락질하며 수근대봐야 별로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뜻이다. 토막살인사건같은 잔혹 범죄가 감소할까?
그에 반해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20억 수임료를 받고, 탈세를 한 서울대 출신의 전직 판사이며 현재 변호사인 피의자는 - 전관예우와 전방위 로비 등이 사실이든 아니든 - 공개해 마땅하다. 분명히 그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지금까지 한 두 사람이 아니리라, 그리고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줄 모르면 또 그런 사람에게 사건을 의뢰하지 않겠는가? 법을 잘 아는 사람인데다가 어차피 탈세나 부당 수임료 정도로는 처벌을 크게 받지 않는다. 다시 나와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니 오히려 그것에 훈장이 되어 영업을 지속할텐데 그런 사람이야말로 신상을 공개해서 사회적인 경각심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과 특권을 무기로 다른 사람들 등 쳐먹는 데에 썼으니 살인범과 무엇이 다른가? 허가받은 강도? 아무리 봐도 난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저질로 보이는데...
살인범에 의한 피해는 소수에 국한된다. 하지만 변호사나 판사의 부정행위의 피해 범위는 광범위하다. 단지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특정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을 뿐. 적어도 정치인 뿐 아니라 법조인들의 부정부패에 관한 사건은 바로바로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 관련된 판사, 변호사, 의뢰인 모두. 나는 대부도 살인범의 얼굴보다 20억 수임료의 변호사 얼굴이 더 궁금하다. 나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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