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사회의 보편 윤리 단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늘 신경 쓰고 있는 중이다. 관심은 매우 많지만 밑천이 약하여 자신있게 이거다 하고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보편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대의 로펌 김앤장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변론을 맡아 위안부 할머니들과 싸우고 있다는 뉴스이다. 돈을 주는 의뢰인은 누구나 고객이고, 어떤 고객도 무죄라는 생각으로 변론을 맡아하는 그들의 프로 정신(?)에 감탄사가 나온다. 하긴 그렇게 일을 했으니 우리나라 최대 최고라는 로펌이 되었겠지만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씁쓸하다.
첫째, 그들에게 보편 윤리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돈과 이념과 사상을 초월하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믿을까? 그런건 없다고 생각할까? 위안부도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일 뿐, 당시 일본의 행위를 그렇게 나쁜 짓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까? 그들의 사고 한 가운데에 박혀있는 인간에 대한 윤리관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진다.
패륜 살인범 혹은 엽기적 연쇄 살인범의 변론을 맡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살인범의 변론을 맡아 그들의 형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자 하는 것은 분명 그들을 살인범으로 만든 우리 사회의 책임(?)을 논할 수 있고, 오판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을 변호하는 것은 보편 윤리에 어긋난다고 보기 힘들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런 살인범의 경우 변호사에게 미쓰비시 기업만큼 수임료를 줄 부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둘쨰, 그런 사람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엘리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 나와 사법고시 패스하고 검사 판사하다가 가장 좋은 로펌 회사에 들어간 능력있는 사람들이 국민 정서에 반하면서까지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도구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운 거 없어서 돈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대로 일하며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엘리트랍시고 여기저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로펌이 오히려 할머니들의 눈물을 빼는 일을 하려고 하다니...
학생들에게 소재로 던져주고 싶다. 김앤장의 미쓰비시 변론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고. 탐구활동 소재로 좋은 거 같은데... 1. 김앤장의 미쓰비시 변론이 왜 논란이 되는가? 2. 사회적 엘리트 집단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인가?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살인범의 변론을 하는 것과 미쓰비시의 변론을 하는 것은 윤리적 측면에서 다른가, 같은가?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4. 보편 윤리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보편 윤리란 무엇인가?
하지만 절대 소재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특정 로펌을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법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김앤장 정도면 교과서의 '부정적' 소재로 자신들이 활용되는 것을 막을 만한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판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 많은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 김앤장을 최고로 아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미쓰비시 변론이 멋있게 보일까봐 두렵다.
p.s. 미쓰비시가 중국에는 거액의 배상을 하고 한국은 만만하게 여긴다는 기사가 실렸다. 당연하지 않은가? 돈만 주면 자기 편이 되어 줄 엘리트 집단이 있는데, 만만하지 않겠는가? '돈만 많이 주시면 충성을 다 해 그른 것도 옳은 것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러는데... 만만한 게 당연하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603060104016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중점학교 (0) | 2016.04.06 |
---|---|
아침마다 받는 문자 (0) | 2016.03.30 |
왜 자꾸 금융 교육을 강화하려 하지? (0) | 2016.03.24 |
한부모 가정 (0) | 2016.03.18 |
학생부 종합 전형 학원 (0) | 2016.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