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를 지지하는 논문들도 꽤 많이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교육과정부터 중고등학교의 사회과의 한 단원은 금융 교육으로 편재되어 있다. 그런데 솔직히 볼 때마다 불편하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문제점의 해결책 중 하나로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 교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금융교육이 그 동안의 경제 과목이 가지고 있는 내적 원인, 즉 현실과 괴리된 이론 중심의 내용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경제 교육을 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경제 주체로서 시민의 자질을 향상시켜 국가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네 경제 과목이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를 외면한 채, 경제학 원론 중심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재미없고 딱딱한 과목으로 이어져 온 것은 맞다. 이는 분명히 경제 교육을 담당한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이 금융 교육이 될 수는 없다. 금융 교육은 현재의 경제 체제에 개인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에 불과할 뿐, 현재의 경제 체제에 대한 다양한 사고와 사유, 비판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왜 우리네 경제 교육에서는 고등사고력을 단지 계산 능력으로만 파악하려고 하는가? 경제 철학 교육이 금융 교육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먼저 배우고 이에 대한 가치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 교육이 국가의 경제적 위기 극복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역시 동의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의 경우 1990년대 초반 경제 불황과 함께 개인 파산이 급증하면서 소비자 교육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금융 위기를 겪자 이의 원인을 ‘금리 변동에 따라 자신들이 갚아야 하는 이자가 달라진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서민들의 무지를 심각한 원인 중 하나로 보았다고 한다. 급기야 2008년 1월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 문맹 퇴치 위원회’를 신설, 금융 교육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2000년대 들어 다양한 관점에서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IMF 사태와 더불어 급증한 파산 사태와 신용 불량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금융 위기가 서민들의 무지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가? 금융 교육을 통해 파산과 신용 불량을 막을 수 있는가?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먼저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민들은 어차피 자본을 움직일만한 힘도 없고, 대부분 돈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며, 투자는 커녕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리고 실제 사례들을 봐도 파산과 신용불량의 원인이 개인의 과소비나 불합리한 자산 관리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금융 교육을 통해 자산 관리 능력을 함양시켜야 한다니... 이 논리적 흐름이 맞는건가? 투기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실과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는 자본의 흐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는 문제가 없는가? 그것이 옳은가? 그것이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행태인가? 정말 그런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나는 이런게 궁금하고, 우리네 경제 시간에 이런 토론을 해 보고 싶다. 학생들도 계산보다는 재미있어할거 같은데... 아닌가?
http://media.daum.net/society/all/newsview?newsid=2016032203043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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