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맞을 만한 사람은 없다

사회선생 2016. 1. 11. 23:26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지며 주목받게 되고,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이상한' 혹은 '특별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 꽤 많다. 성폭행이나 집단따돌림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유사하다. 도대체 이건 무슨 경우인가?   

아직 운이 좋아 교실에서 쌍소리 하면서 덤비는 학생들을 만나지는 못했는데, 안팎에서 이야기는 종종 듣는다. 최근 발생한 이천의 교사가 폭행 당한 사건 - 교사가 30대의 기간제라는 보도도 거슬린다. 왜 나이와 기간제라는 정보가 강조되며 보도되어야 하는가? 그게 사건의 본질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나이 어린 기간제라 그렇다고 친절하게 개연성을 밝혀주는 것인가? - 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타교에 근무하는 한 후배교사에게 자신의 학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식판을 던졌단다. 그런데 학생의 담임을 교체해 주는 걸로 사건이 종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 담임 교사는 압력에 시달렸단다. 그래도 교사가 학생 앞길을 막으면 되겠느냐는 논리를 펴며, 폭행한 학생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교육자답지 않은 교사로 몰아가는 학교 분위기가 조성되어 갔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일 경우에는 약자이니 학교측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심지어 교사들이 뒤에서 '그 사람 원래 좀 이상하잖아' 수근거리며 학생이 식판을 던진 것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더란다. 남의 학교 이야기 같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가 아마 그럴 것이다. 나도 피해 교사가 '이상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학생을 노련하게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안에서 절대로 피해자에게 원인을 찾으려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 가해자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야 한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행을 행사했다면 마땅히 그 학생이 해당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사가 체벌을 하거나 막말을 했기 때문에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면 이는 나중에 교사에게 따로 징계를 내려야 할 문제이지 그렇다고 학생에게 자력구제권을? 말도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그럴만 했다는 폭행은 없다. 인간은 결코 맞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없다. 폭행은 폭행일 뿐이고,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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