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명 가까운 인원이 한 교무실에서 근무했는데 드디어 고3 교무실이 생겼다. 게다가 교무실의 책상에 파티션도 생겼다. 이건 우리에게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통제의 수월성을 위해 하나의 교무실에서 전교사가 파티션도 없는 책상에 앉아 생활했기 때문이다.
파티션 샘플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고개만 들면 상대방이 보이기 때문에 완전한 가림막도 아니고 이게 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했다. 그런데 며칠 생활해 보니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나름 안정감을 갖게 하고 타인과의 경계를 분명히 해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대화를 덜 하게 되고, 간섭을 덜 받게 되어 좋다. 또한 타인의 시선이 주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것이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고, 아무리 직장이지만 굳이 내가 무슨 책을 왜 읽는지 보이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게 마련 아닌가? 인간은 공적 공간에서도 사적 영역이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파티션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고3 담임이 되며 새로운 교무실을 배정받았는데, 15명 정도가 근무하는 데다가 옆에 상담실도 따로 있어서 훨씬 근무 환경이 좋아진 느낌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보다 적은 인원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스트레스 지수가 더 낮다는데 확실히 그렇다.
이제 좀 더 바란다면 교사 휴게실이 하나 생겼으면 하는것이다. 요즈음 안마 의자 좋은 것도 많던데 그런거 하나 놓아주고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직 우리 학교에는 교사 휴게실이 없다. 간혹 직장에 왜 휴게실이 필요하냐는 후진 기업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사회에서 교사집단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중에는 철밥통이 보장되니 더 편하자고 든다면서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게다. 하지만 비단 학교 뿐 아니라 어느 직장이든 근로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기업이,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근로자의 휴게권은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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