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통합 사회 교과서 작업중이다. 맡은 단원을 구성하기 위하여 이리저리 더 좋은 사례들, 자료들이 없을까 그림부터 논문까지 이리저리 찾아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문화상대주의와 관련해 늘 들던 사례들 말고 좀 참신한거 없을까 하고 검색해 봤는데 심기가 불편해진다. 온통 개고기 문화 관련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 네이버, 다음 공히 개고기 문화 관련 자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차 교육과정의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문화상대주의의 사례로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실어 놓은 탓이다. 상대주의로 봐 달라고 이해를 요구해야 할 문화 현상의 사례로 우리나라 사람들 조차도 다수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개고기 문화를 일반적인 사례로 들다니... 교과서의 내용은 곧 일반적인 지식이 되어 버려서 어느 사이엔가 '문화상대주의= 우리 개고기 문화의 이해'라는 도식이 성립된 것 같아서 새삼 교과서 작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내가 동물보호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해도 개고기 문화를 일반적 사례로 - 심지어 '너희도 거위 간 먹잖아 그러니까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라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면서 - 제시한 것은 학생들의 정서에도 부합되지 않을 뿐더러, 올바른 논리 전개라고 할 수 없으며, 변화하고 있는 사회 규범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도 적절하지 않다. 우리에게 자랑할만한 문화가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정말 신경써서 좋은 사례들 찾아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간혹 내가 처음에 찾아서 썼던 사례들이 여기저기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기타 자료들에 활용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어쩌면 그 맛에 교과서 작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하고 싶다. '나는 교과서에 쓴 글에 대해 저작권같은거 없으니 마음대로 쓰세요.' 아, 그나저나 이 개고기 문제를 어떻게 한다...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티션과 교무실 (0) | 2016.02.01 |
---|---|
맞을 만한 사람은 없다 (0) | 2016.01.11 |
연말시상식과 생활기록부 (0) | 2015.12.31 |
같지만 다르다 (0) | 2015.12.30 |
제언서를 쓰며 (0) | 2015.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