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정말 깔끔 떠는 교사이다. 휴대전화 액정도 알콜솜으로 닦고, 교무실 청소라도 하게 되면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자기 자리는 끊임없이 쓸고 닦는다. 그런데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교실에 들어가 보면 쓰레기장도 그런 쓰레기장이 없다. B처럼 원래 자기 자리도 쓰레기통 수준인 사람이 자기 교실도 쓰레기장으로 방치하는 것보다 A가 훨씬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C는 자기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전화해서 우쭈쭈한다. 밥 먹어쩌, 학교 갔다 왔쩌 혀 짧은 소리로 자기 자식 귀한 티를 내면서 통화한다.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자기 자식이 있는 가정으로 달려간다. 늘 자식 걱정이고, 자식 이야기이다. 누가 봐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다. 그런데 자기 반 아이들에게는 냉정하고 사무적이기가 이를데 없다. 조회 종례는 원격으로 반장 통해서 대충 하고, 세심함이나 친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원래 안팎으로 무뚝뚝하고 덜렁덜렁대는 D가 자기 반 아이들을 대충 방치하는 것보다 C가 훨씬 더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건 비정상일까?
사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A, B나 C, D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도덕적으로 A와 C가 더 나쁘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이익만' '자기 자식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두 개의 잣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행위의 동기는 중요하니까.... 일관성 없이 이기적인 사람들을 좋아하긴 힘들다.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하고, 내가 깨끗한게 좋으면 학생들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뚱맞긴 하지만 가끔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걸 보면 더 부도덕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게다. 정적들에게는 도덕성을 부르짖으며 자신들은 그렇지 않은 것에 사람들은 더 배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교무실이 매우 분주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움직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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