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몽고간장과 합리적소비

사회선생 2015. 12. 24. 10:41

합리적 소비와 윤리적 소비가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왜 경제 교육에서 이런 중요한 - 나는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 주제들은 다루지 않는가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 경제 교육은 건전한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건만, 우리네 경제 교육은 경제학 개론 교육이다.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산술적 계산을 해야 한다. 민주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후자보다 전자이다. 경제학 교육과 중등 경제 교육은 목적 자체가 다르건만 우리네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은 철학적 사유를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비윤리적인 기업 경영을 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가? 부도덕한 기업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또 어떤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던 기업이나 기업가는 잠깐동안 기부하고 언론 플레이 하고 나면 잠잠해 진다. 그리고 다시 기업은 살아난다. 혹자들은 이것이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것이라고, 그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어차피 완전 경쟁이 가능한 시장경제도 아니지 않은가? 모든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몽고 식품의 회장이 막말과 폭력으로 운전기사를 대하다가 급기야 해고까지 시켰다고 한다. 원래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회장이라고 하니 모르긴해도 당한 사람이 운전기사에 국한되지 않았을거라는 추측을 하기 어렵지 않다. 누가 봐도 천박한 갑질의 다름이 아니다. 그가 갑질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간장 한 병씩 사서 찬장마다 가지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들이 준 힘을 그렇게 이용하고 있다면 그 힘을 빼앗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합리적인 계산이고, 합리적인 소비이다. 아무리 몽고간장이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하다고 해도 그런 기업가에게 계속 기업을 유지하게 해 줄 수 없다. 아, 갑자기 경제 수업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

"얘들아, 몽고간장이 정말 싸고 품질이 좋다고 치자.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 회장의 갑질이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이런 때에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답이나 대안을 내 놓을지 궁금해진다.



강만식 회장의 폭행을 고발한 운전기사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고 한다. 사과를 하시겠다니 와서 받아라? 그것도 비서를 통해서 몽고식품의 이름으로? 난 가끔 이런 갑질 사람들의 뇌구조가 진짜 궁금하다. 왜 이따위 문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지? 사과한다고 했으니 괜찮다는 것인가? 어떤 식의 사과를 할까?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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