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무슨 모임에서 법교육 교수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랬다. 대학생들에게 '사기 쳐서 10억을 벌 수 있다. 하지만 4년은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면 그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30% 정도가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때 자리에 있던 우리들 - 교사들과 교수들-은 모두 우리가 정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건지 한탄하며 우리가 가르치는 건 역시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는 회의에 빠졌다. 아무리 우리가 법을 지켜야 돼 어쩌구 해 봐야 편법과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잘 사는 사회를 보면 학교에서 가르친 것은 모두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학생들의 논리는 어차피 열심히 노력해도 10억 벌기 힘들거고, 차라리 4년 감옥 생활을 비용으로 생각하고 10억 벌어 편히 살겠다는 식이었다. 그들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계산이었다. 10명 중 세 명이 '법보다 돈, 명예보다 돈, 도덕보다 돈, 타인들의 고통보다 나의 이익'이 우선인 셈이다. (사기를 친다는 건 타인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그 사이 그 비율이 더 늘었나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기사화되었는데, 고교생 56%가 10억이 생기면 감옥 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꽤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의 학생들도 30%였으니 일반고등학생 56%는 당연한건가? 표집 대상과 조사 방법 및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헛소리는 아닌 것 같아 사회과 교사로서 기운 빠진다.
어릴 때부터 학원 죽어라 다니고,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뭐하나? '공부 그런거 다 필요없어요. 감옥가면 어때요? 어차피 평생 못 벌 돈을 벌 수 있는데...' 모두에게 삶의 목적이 돈이 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서 어쩌면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감옥 다녀온 걸 훈장처럼 여기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재벌들 중 감옥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 없으니 청소년들이 보기에 감옥은 별 게 아닐 수도 있나보다. 돈을 위해 나의 자유도 기꺼이 헌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모든 이의 삶의 목적이 돈이 되는 사회.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것인지... 우울해진다. 먹고 살기 각박해져서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은 옳은 길이 아니라는 점이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2/29/0200000000AKR20151229069500004.HTML?input=1179m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당의 개혁과 쇄신 (0) | 2016.01.08 |
---|---|
이혼을 하고 싶으면 (0) | 2015.12.31 |
몽고간장과 합리적소비 (0) | 2015.12.24 |
게임중독과 아동학대 (0) | 2015.12.22 |
순직이 아니라니 (0) | 2015.12.17 |